환절기가 되면 유독 부고(訃告) 소식이 잦아진다. 장례식장에 다닐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은 우리의 인생이 유한(有限)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사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터부시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부나 사색이 필요한 것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한국학자이자 죽음학의 권위자인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는 “죽음을 직시하고 잘 맞이하려고 노력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바로 선다. 우리의 삶은 죽음을 생각할 때 완성된다”고 말한 바 있다.
스티브 잡스도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고 밝혔다. 당시 잡스는 췌장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죽음이 그의 삶을 따라다니던 시기였다.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을 하게 될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잡스가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리는 순간마다 중요한 도움을 줬다. “모든 외부의 기대들, 자부심, 좌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은 죽음 앞에서 결국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잡스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갈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예일대 철학교수인 셸리 케이건은 죽음의 4가지 특성을 설명했다. 어느 누구나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필연성(必然性), 얼마나 살다 죽을지 모른다는 가변성(可變性),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예측 불가능성(豫測 不可能性), 언제 어디서나 죽을 수 있다는 편재성(偏在性)이 그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죽음 앞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겸손하게 된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방법 중 ‘부고 테스트’(The Obituary Test)라는 게 있다. 만약 한 기업이 사라지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그 기업의 어떤 부분을 그리워할지 미리 따져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기업이 사라졌을 때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누가, 왜 그 기업을 그리워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부고 테스트는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때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얼마전 텔레비전 강연 프로그램에서 한 여성 장례 지도사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12년 동안 6000여명의 장례를 치르며 죽음을 통해 삶의 이유를 체득해 왔다. 이 장례 지도사는 “마지막 이별의 시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미루지 말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행복한 마지막을 위해 생의 모든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라는 그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