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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남주 기자의 유통이야기> ‘허니버터칩’은 왜 왕대박쳤을까
한 과자회사가 만든 ‘허니버터칩’이 연일 화두입니다. ‘허니버터칩’의 경우 국산 과자로는 30여년 만에 최고의 대박 상품이라며 온ㆍ오프라인에서 야단법석입니다. 이 과자는 출시된지 4개월이 넘었지만 유통매장에선 한정판매할 만큼 여전히 품귀라는군요.

유통매장에선 고객 1인당 ‘허니버터칩’을 1~2봉지씩 한정판매하거나 ‘허니버터칩’ 1개에 다른 스낵 3~4개를 끼워파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1500원짜리 ‘허니버터칩’이 온라인 중고사이트에서 5000원에 거래되는 등 비상식적인 현상도 연출됐습니다.

어떤 눈치 빠른 술 회사는 맥주를 팔면서 ‘허니버터칩’을 사은품으로 끼워줬더니 매출이 금새 50%이상 늘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허니버터칩’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110일만에 103억원 어치가 팔렸고, 연말이면 누적 매출 200억원도 무난하다고 합니다. 월매출이 10억원이면 히트상품이라는 과자시장에서 광고 한 번 없이 3개월만에 100억원 매출을 돌파했으니 정말 ‘왕대박’입니다.

도대체 ‘허니버터칩’이 뭐길래 야단법석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지녔다는 점입니다. 기존 과자가 짭짤하고 자극적인 맛을 강조했다면 ‘허니버터칩’은 달콤한 맛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허니버터칩’을 만든 과자회사는 제품 개발을 위해 2년여 동안 빅데이터까지 동원하며 소비자의 달라진 입맛을 찾아나섰다고 합니다. 회사로선 엄청난 모험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지요.

하지만 ‘허니버터칩 신드롬’을 뒤집어 보면 그동안 국내 과자회사의 상품개발 프레임이 잘못됐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새우깡’, ‘죠리퐁’, ‘초코파이’ 등 그동안 과자시장을 주름잡던 히트상품은 대부분 30~40년전에 나온 제품일뿐 최근 상품은 거의 없습니다. 매년 100여종의 신제품이 나오지만 1~2년을 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과자시장의 현실이지요. 이유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과자시장엔 아직도 돈을 쉽게 벌려는 꼼수가 인기(?)입니다. 경영난을 이유로 제품 가격인상이 봇물을 이루고, 상품 경쟁력보다는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제품 광고가 우선입니다. 또 유통매장에선 1+1이나 3+1과 같은 물량공세식 덤 판촉행사가 즐겨쓰는 마케팅 전략이지요.

어디 이뿐입니까. 소비자 입맛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데 민심을 읽는 제품보단 히트상품을 베끼거나 경쟁사 유명 제품을 닮은 미투상품을 만들어 파는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국내 과자업계의 연구개발비가 매출대비 평균 0.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과자시장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새우깡’이나 ‘죠리퐁’, ‘초코파이’를 능가할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당연합니다.

제2, 제3의 ‘허니버터칩’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과자업계가 달라져야합니다. 오랜 관행과 틀에 박혀 안주해온 어제를 반성할 때입니다. 자금력을 이유로 상품개발에 팔짱만 꼈던 방관자적 경영도 버려야합니다. 소비자의 입맛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허니버터칩’이 과자시장에 시사하는 교훈은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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