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소속 원양어선 501 오룡호가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지 사흘이 지났다. 국민 모두가 기적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선원 10명 등 실종자 52명에 대한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러시아 구조선과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수송기, 인근 캄차카반도 동부해안에 있던 우리 어선까지 합세해 수색과 구조작업에 총력을 펼치고 있지만 허사였다. 사고해역 수온이 섭씨 0도에 가까울 정도로 차가운데다 초속 25m의 강풍과 6~7m의 파고 등을 감안하면 생존자 발견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한국 원양어선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러시아 당국 등과 긴밀한 협조는 물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실종자를 구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족들에게 구조작업 진행 상황을 투명하고 소상히 알리는 일에도 한치의 모자람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지 7개월만에 재차 날아든 오룡호 침몰 사고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건저 올린 명태를 어창에 집어넣는 작업중 배수구가 막혀 물이 차면서 배가 갑자기 기울어져 일어났다는 정도가 전부다. 회사측은 기상악화 탓으로 돌리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게 많다. 왜 물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왔고, 배수구가 막한 이유는 뭔지, 침몰까지 4시간의 여유가 있었는데도 구조된 사람이 7명에 불과한 이유 등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또 기상이 좋지않은 데도 당초보다 1만t 늘어난 4만t의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했는지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
선박 노후화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룡호는 지난 1978년 스페인에서 건조된 선령(船齡) 36년이나 되는 낡은 어선이다. 큰 파도에 부딪혀 밑바닥에 구멍이나 침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 원양어선 노후화는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전체 342척 가운데 21년 이상의 노후 선박이 312척으로 91.2%에 달한다. 심지어 31년이상 된 것이 38.6%에 이를 정도다. 그럼에도 한국 선급의 정기 안전검사만 통과하면 입출항이 자유롭다. 안전검사를 거치고 출항한 원양어선들의 사고가 최근 5년동안 85건에 달할 정도로 끊이지 않고 있다. 노후화와 무리한 운행에 제동을 걸 시스템 확보가 시급하다. 아울러 선령규제도 필요하다. 외국에서 고물배를 들여와 수익을 챙기는 원양어업 구조를 원천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차제에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