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는 출범하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얼마 전 갤럽조사에서 한국의 행복지수가 아시아 최하위권 개도국 수준으로 밝혀진 데 이어 아동들의 행복수준도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 한국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행동과 생활양식, 주관적 행복 등 6가지 영역으로 구성된 유니세프 행복지수모델을 적용한 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조사결과 아동들의 행복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학업스트레스, 학교폭력, 방임, 사이버 폭력 등으로 밝혀졌다. 그 중에서도 학업스트레스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낮은 행복수준은 때때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5년간 미성년자 자살자 수는 630명으로 3일에 한 명꼴이다. 한 마디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비극적인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아동들의 행복수준은 우리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첫째, 아동행복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다. 불행한 아동들은 불행한 성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 세대의 주축이 될 아동들이 불행감 속에서 힘들어하면 사회적 건강이 무너져 미래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아동행복은 아동인권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행복추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에서도 아동들의 놀 권리와 행복할 권리를 보장해주도록 회원국들에게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셋째, 아동행복은 저출산을 극복할 열쇠다. 아동의 불행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새로 태어날 아동이 불행해질 것이 자명한데 누가 아이를 낳고 키우려고 하겠는가. 지난 7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53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아직 정체상태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아무리 펼쳐도 아동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출산율 회복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넷째, 아동행복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결정한다. 아동행복지수가 낮은 나라는 아무리 경제지표가 좋아도 선진국 대접을 못 받는다. 국제사회에서 아동인권 열등국가로 비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아동기 때부터 성적 지상주의의 늪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성적 경쟁으로 학업과 여가의 균형이 깨어졌고, 아동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인성교육이 입시제도로 인해 거의 사멸되다시피 했다. 여가활동을 위한 시간과 인프라는 학업 프레임에 밀려 멀찌감치 비켜나 있다. 시험과 숙제 등으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가 아동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데도 어른들의 눈길은 여전히 성적만을 향해있다.
11월에 치르는 수능시험은 범국민적 관심사로 자리잡고,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능성적에 운명을 건다. 오죽했으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에다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을 개선하라’는 권고까지 했을까.
분명한 것은 아동행복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점이다. 무엇이 아동행복을 증진시키는 길일까. 쉽진 않겠지만, 문제의 근원인 경쟁적 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아동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성적 지상주의에 갇힌 오늘의 아동들이 커서 부모가 됐을 때 그들의 부모와 똑같이 자녀들에게 학업 일변도의 인생을 강요하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이제 ‘성적 지상주의’에서 ‘행복 지상주의’로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