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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청와대비서실이 ‘屋上屋’이라는 여권 내부의 쓴소리
청와대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을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연일 비선라인의 ‘보이지 않는 손’을 가늠케하는 폭로들이 잇따르고 있다. 4일 한국일보는 지난해 전격 교체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및 후임 이재수 전 사령관의 임명 및 경질 과정에 박근혜정부 막후 실세들의 파워게임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관련자 증언 등을 통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장경욱 전 사령관은 “내가 군에서 잘린 건 거기(박지만)와 가까운 측근 군인들을 검증하다가 (괘씸죄를) 뒤집어쓰고 솎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명 6개월만인 지난해 10월 돌연 경질됐다. 후임으로 박지만 EG회장과 중앙고, 육사37기 동기인 이재수 3군사 부사령관이 전격 발탁됐다. 이를두고 “박 회장의 영향력이 작용해 장씨가 물러난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 후임인 이재수 전 사령관마저 지난 10월 전격 교체되면서 인사 배경을 둘러싸고 정씨 입김설이 떠돌았다. 이 모두가 박 회장과 정윤회씨의 권력암투 과정에서 빚어진 게아니냐는 것이다.

비선 실세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청와대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비판이 여권 내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낸 4선의 정병국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의 월권을 지적하면서 ‘옥상옥’(屋上屋)에 비유했다. “대통령과 장관이 직접 업무를 논의해야 하는 데 장관이 비서실을 통해 접근하는 체제가 그대로 존속하는 한 ‘비선 실세’의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 지적대로 이번 문건 파동 배후에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권력 3인방의 월권이 자리하고 있다. 총무비서관이면 대통령 집사격이고, 부속실 비서관은 일정을 챙기고 주요 행사에 수행하는 심부름꾼이다. 청와대 살림살이를 맡는 비서관이 인사위원회 멤버에 끼이니 파행적 인사가 난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웅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공직자 감찰’ 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올린 공식 보고서가 청와대에서 ‘찌라시’로 전락하고 비선 라인으로 지목된 정씨의 말에 신빙성을 두는 비정상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도 결국 비서진의 옥상옥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지금 문건 파동과 관련해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은 없다”고 항변하며 제 식구 감싸기에 골몰할 때가 아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청와대 내부의 혁신부터 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문건 파동에 대처해야 한다. 그 시작은 이상 비대해진 청와대 비서실 기능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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