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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상시’란 말이 거침없이 사용된 점에 주목해야 -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십상시(十常侍)라는 말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시사용어가 아니다. 1900년전 중국 후한 말 세상물정에 어두운 어린 영제(靈帝)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이를 틈타 국정을 농간한 환관(내시)들을 칭하는 용어이며, 이들은 급기야 황제까지 능멸하는 등 전횡을 일삼다가 원소와 조조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이후 ‘십상시’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간신배들을 비유하거나, 이에 대한 경구(警句) 또는 반면교사로 간혹 강조되고 있는 말이다.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권력과 통치의 정점인 청와대내에서 ‘십상시’ 논쟁에 스스로 불을 붙혔다. 즉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 행정관에 의해 작성ㆍ보고된 문건에서 같은 청와대내의 주요 비서관 몇몇과 특정 민간인 등이 ‘십상시’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 청와대에서 유출돼 문제가 된 문서의 핵심 키워드는 누가 봐도 ‘십상시’임에 틀림없다. 또 그 문서를 접한 상급자가 가장 당혹해 하거나 노발대발 할 소지가 있는 말도 ‘십상시’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문서에서는 단 한 자의 주석도 없이 ‘십상시’라는 충격적인 용어가 거침없이 사용된채 보고됐다. 이에 정보업무를 20년 경험한 필자는 몇가지 주목해 봐야 할 우려스런 대목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십상시’라는 용어가 누구(어떤 사람들)의 시각과 착안에 의해 선택 되었느냐 하는 문제이다. 십상시라는 최악의 용어를 행정관 한 사람이 인용해 붙힌 말로 보이진 않는다. 내부 또는 계층간에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교감된 용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개 행정관이 결재라인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위험 천만의 용어 즉, 누가 누구의 인맥인지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서슬이 시퍼런 핵심 비서관들에게 십상시라는 명칭을 붙힌 문서를 생산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정보력이 보여준 자신감일 수도 있다.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행정관은 지금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는 여럿이 논의를 거쳐 만든 문서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개인이 단독으로 작성한 것보다 십상시의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둘째, ‘십상시’에 거명된 인물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어느 선까지(언제부터) 공유되고 있었느냐 하는 문제다. 문제의 문서에 십상시라는 말이 아무런 부가 설명없이 자연스럽게 사용된 것으로 보아 최소한 문서를 생산한 공직기강 담당 행정관에서부터 공직기강 비서관, 민정 수석, 비서실장 등에 이르는 보고라인에서는 이미 ‘십상시’에 지목된 사람들의 처신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나름 공유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보고 과정에서 ‘십상시’ 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했다고 질책했다거나, 질책을 받았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이는 공직기강 행정관부터 비서실장에 이르기 까지 청와대 내부의 적잖은 사람들이 십상시에 지목된 사람들에 대해 거의 비슷한 걱정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어떤 개연성만으로 그들을 문제인물로 기정화해 의혹을 증폭시켜 왔다면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십상시’로 지목된 사람들 중 일부의 행태는 이미 가히 우려되는 수준에 이르렀거나 아니면 내부의 파워게임에 기인한 중상모략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쪽이건 권력의 맛에 도취한 사람들의 야욕놀음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시된 의문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일은 문서의 유출 경위나 그 내용의 진위를 가림에 유용한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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