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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식열전> “사대부가 되셨군요”...신입 임원들에 고(告) 함
봉건제가 뚜렷했던 중국 춘추시대 사회계급은 천자(天子)에 이어 공경대부(公卿大夫), 사(士), 서민(庶民)의 순이었다. 공은 제후이자 천자의 신하다. 대부는 제후의 신하이자 씨족집단의 수장이다. 대부(大夫)는 통치계급의 다른 이름이었다.
처음 대부는 세습직이었다. 하지만 전국시대로 접어들며 제후국은 중앙집권적 국가형태를 갖는다. 개인 능력을 앞세운 전문관료들이 세습 대부들의 자리를 대신한다. 진한(秦漢) 때부터 대부는 전문관료의 지위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변모한다.
우리나라도 통일신라 때부터 관직명에 대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고려 초반까지는 세습 호족들이 대부를 맡다 고려 후반 성리학을 공부한 사(士)들이 과거를 통해 스스로의 능력으로 관료가 되며 이른바 사대부(士大夫) 세력을 형성한다.
사대부가 세운 조선에서 삼정승과 판서는 관직의 직책이었을 뿐, 이들에 내려진 품계는 대부였다. 정승이면 보국숭록대부, 판서이면 자헌대부 등의 식이다. 대부란 명칭은 종4품까지 붙었는데, 오늘날 서기관이다. 중앙부처 과장급인 서기관 때부터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 보통 임원 이상 직급을 갖는다. 오늘날 기업 임원이면 옛 대부급인 셈이다.
어느 사회던 이끌고 가는 핵심세력이 있다. 고려 때는 호족과 무신, 조선 때는 양반, 사대부들이었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는 행정관료와 군인들이 사회를 이끌었다. 오늘 날에는 좀 더 사회가 다양해져 공무원은 물론 법조, 언론, 학계 등으로 다양해졌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 임원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핵심지도층이라 할 만하다.
기업에서 일하는 국내 근로자는 약 1700만명이라고 한다. 보통 종업원 100명당 1명 꼴로 임원이 있다고 추정한다. 따지면 현직 기준으로 채 20만 명이 안 되는 이들이 부양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3000만명 이상의 생계에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자녀교육, 라이프스타일 등 기업 임원들의 삶은 동료와 후배 직장인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이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 쉽다.
가계부채, 고령화, 저출산 등 대한민국이 가진 경제문제는 부동산집착, 과잉교육 등 사회문제에 뿌리를 둔 경우가 많다. 임원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진일보한 접근을 한다면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문제가 풀리면 경제도 풀릴 수 밖에 없다.
이번 연말 기업 인사에서도 적잖은 임원들이 탄생했다. 이들 현대판 사대부들이 직장 내 책임자로서의 사명 외에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화식의 진정한 궁극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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