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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가 주요 시설물 안전마저 흥정의 대상이었다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국가 주요 시설물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신설한 한국시설안전공단이 공무원들 뒷돈을 챙기는 또 하나의 합법적 창구 밖에 안됐다니 하는 말이다. 검찰이 9일 발표한 지하철, 터널, 항만, 댐 등 주요시설물의 안전진단 관련 비리 수사결과 내용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하는 장탄식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시설물의 안전 진단마저 발주처 공무원에서부터 민간 하도급 업체에 이르기까지 부패사슬에 얽혀 엉터리로 이뤄졌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검찰에 따르면 시설안전공단 간부들은 반드시 직접 안전진단을 해야 할 특별 시설물을 불법으로 민간에 하도급을 줬다. 그러고선 공단이 직원을 추가 채용해 안전진단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가상의 직원 앞으로 나온 급여를 하청업체에 챙겨줬다. 6명의 간부들이 이렇게 챙겨준 급여는 총 2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이 대가로 업체로부터 수백만원씩 현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공단이 맡지않는 중소형 기간시설에서도 불법하도급이 난무했다. 길이 500m 미만 교량 등은 도로공사 같은 관리기관이 자격을 갖춘 업체에 맡기게 돼 있다. 그러나 수주 업체들 상당수는 기술인력과 장비를 갖추지 못한 무자격 업체에 재차 일괄 하도급을 줬다. 무자격 업체들은 이문을 남기려고 안전진단을 건성건성했다. 교량 콘트리트 내부에 금간 곳이 없는 지 알아보는 초음파 시험을 하지 않고 보고서에는 한 것처럼 꾸며 넣었다. 이 과정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이 오고 갔다. 일부 업체는 진단 용역을 따내기 위해 주요 기관 퇴직자를 임원과 간부로 영입해 로비 등을 했다. 부패의 먹이사슬에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서울메트로, 도로공사, 수력원자력, 부산교통공사 등의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망라돼 있다.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난 시설안전공단이 국민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2012~2014년 3년연속 종합 2위를 차지하며 우수기관에 선정됐다고 한다. 정부의 감사ㆍ감독 기능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려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이 엉터리 진단 과정을 거친 국가 시설물들이 실제 안전한 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하 기관 감독을 제대로 못한 국토부는 물론 담당 부처들이 이들 시설물의 안전성 여부를 조속히 재점검해야 한다. 차제에 안전진단 업계의 민ㆍ관 부패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제도 정비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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