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적자 지하철 경영혁신책으로 운영 주체의 통합안을 내놨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 메트로와 5~8호선을 맡고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를 2016년까지 합한다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은 두 운영주체가 경쟁을 통한 효율 향상과 파업에 대응한 시민 편의 등을 이유로 지난 20년 동안 경쟁체제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업무와 인력 중복이 극심한 가운데 부채가 4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빚더미에 빠져있다. 서울메트로의 1개 역당 관리인원은 15명이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9호선은 7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만 봐도 경영이 얼마나 방만한지 잘 드러난다. 게다가 운영 효율성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시민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통합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별도의 인력과 업무, 물품구매 등이 통합되면 낭비적 요인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는 장점도 크다. 급속한 고령화로 무임수송비율이 30%를 웃돌고 시설 노후화에 따른 재투자비용이 1조6000억원대에 달한다는 차원에서 더욱 그렇다. 향후 경전철이 곳곳에 들어서면 지하철 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적자폭이 그만큼 커지는 영업 환경에 대응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간과할 점도 적지않다. 자칫 공룡화에 따른 비효율과 노사 문제 유발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통합기관의 지하철 운영 규모는 총 연장 300.1㎞, 하루 수송인원은 680만 명에 달한다. 북경지하철, 도쿄메트로, 파리지하철, 뉴욕지하철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운영기술과 노하우를 통합하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인력 및 업무 구조조정없이 서두를 경우 실리는 사라지고 운영은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노사문제가 삐끗하면 서울시민의 발이 온통 묶일수 있다.
부채 역시 마찬가지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토지주택공사로 통합된 후 부채 규모가 사상최대로 커져 하루에 1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내는 판이다. 이 때문에 국가신인도가 위협받을 정도다. 과감하게 군살을 제거하는 인력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고는 통합 실리가 없다. 노동이사제 등 참여형 노사관계 역시 인력 구조조정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경영효율화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 아울러 부채감축 대안을 촘촘히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한해 4000억원에 달하는 양측의 적자폭을 줄이지 못한다면 통합은 개악에 그친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