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와 국회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또 이명박 정부시절 해외자원개발 실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방산비리 조건부 국정조사에도 합의했다. 10일 열린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2+2 회담’에서 그동안 말로만 나돌던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구성을 통해 논의를 본 궤도에 올려놓은 점에서 일단 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역시 그동안 주장해온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구성과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를 관철시켰으니 괜찮은 소득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를 못박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꺼림칙하다. 여야는 특위와 대타협기구의 두 갈래로 개혁안을 논의한다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 새누리당은 1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내달 13일까지는 처리한다고 하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타협기구를 구성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만 해도 시간이 적지않게 걸린다. 게다가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이 참여하게 되면 결론이 쉽게 도출될리 만무하다.
야당은 내년 4월 또는 상반기 중 처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이나 이 역시 미덥지 못하다. 당장 정치 일정만 봐도 특위와 대타협기구가 논의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월에는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고, 4월에는 새누리당의 원내지도부가 새로 들어선다. 더욱이 이 시기에 이르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정국에 접어들게 된다. 그럴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이해집단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개혁안 논의는 지지부진하기 십상이다. 자칫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가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설령 손을 보더라도 미봉에 그치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무원연금 특위의 첫 과제는 개혁안 처리 시한을 확실히 정해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다. 국가재정부실을 막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면 개혁은 하루라도 앞당겨야 한다. 그러나 개혁에는 저항이 늘 따른다. 더욱이 자신의 밥그릇을 줄이겠다는데 가만있을 집단은 없다. 여든, 야든 욕 먹을 각오로 임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진 사안인데 뭐가 두려운가. 개혁은 때가 있고, 타이밍을 놓치면 동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더 미룰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