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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민간조사업 공인 논쟁 15년, 이제 단두대 올려야
-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우리는 왜 안돼는가? 사립탐정(private detective)으로 상징되는 민간조사제도는 고대 영국에서 처음 태동한 이래 시대와 나라를 넘나들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존재의 유용성이 검증ㆍ평가 되어 왔으며,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은 탐정을 일찍이 직업으로 정착시켜 국가기관의 치안능력 보완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재판기능 보강 등에 널리 활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날 선진국의 탐정업 실태를 보면, 일정한 요건(경력)이나 자격시험에 합격한 개인을 영업 주체로 인정하는 미국에서는 5만5000명의 민간조사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과 호주ㆍ프랑스ㆍ독일에서도 나라마다 1만5000명에 이르는 민간조사원이 자격을 부여받아 탐정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통계는 잠정수치로 보조원ㆍ사무원 등을 제외한 인원이다. 여기에 이들을 더하면 적어도 5~10배의 인원이 탐정업을 기반으로 먹고산다는 얘기다. 한편 신고만으로도 탐정업이 허용되는 일본의 경우에는 4000개 업체에 3만명의 민간조사원이 창ㆍ취업하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탐정업은 개인ㆍ합동ㆍ법인ㆍ다국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성장을 지속하면서 고용정책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나라에서는 탐정의 직업화에 만족하지 않고 탐정을 소재로 한 영화ㆍ드라마ㆍ소설ㆍ에니메이션ㆍ오락 게임물 개발 등 탐정문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사설탐정의 역할도 날로 진화하여 탐정업이 단순 직업에서 산업 차원으로 이어지는 동안 초기에는 개인의 모호한 행적 탐문이나 평판 조사, 잃은 물건 찾기 등 사적 영역을 주 활동 대상으로 삼아 왔으나, 오늘날 대다수 외국의 탐정들은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보험금 부당청구사례 탐지, 도피자 및 국외 은닉재산 추적, 공익침해행위 고발, 미아ㆍ가출인ㆍ실종자 소재파악 등 공권력의 개입 여지가 비교적 낮은 분야를 보완해 주는 대중적 측면의 일에 적극 참여하여 뛰어난 역량을 보이면서 각계각층의 시민들로 부터 신뢰와 자발적인 협력을 얻는 등 당당한 직업인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미국ㆍ영국 등 일부 나라에서는 사회적 쟁점이나 혼란이 있을때 국가기관 스스로가 탐정에게 민심이나 특정정보의 수집을 의뢰 하기도 한다.

이렇듯 세계는 지금 탐정을 매체로 하여 다양한 실익를 거두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999년 하순봉 의원이 공인탐정 법률 초안을 만들어 정치권에 필요성을 제기 하였으나 발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어 2005년 9월 이상배 의원이 최초로 민간조사업법(안)을 정식으로 발의한 이래 2008년 9월 이인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소관 행정안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까지 회부되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도 하였으나 회기 종료 임박으로 심도 깊은 논의를 이루지 못한채 폐기되고 말았다. 결국 지금까지 발의된 8건의 민간조사업 공인화 관련법안 중 6건은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되고 현재 윤재옥 의원과 송영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2건의 민간조사업 법제화 관련법안(일명 탐정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으나 17대 국회때 부터 단골 메뉴로 오르내린 막연한 사생활 침해 우려와 소관청을 어디로 할 것인가 등으로 입법 추진에 진지함과 속도감을 잃은채 뒷전에 밀려난지 3년째 접어들고 있다. 다행히 이쯤에서 고용노동부가 박 근혜 대통령의 새 일자리ㆍ신산업 발굴 지시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잘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사립탐정(민간조사업) 등을 신직업으로 공인ㆍ육성하겠다는 진일보한 계획을 지난 3월1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데 이어, 이를 국회와 국무조정실ㆍ법무부ㆍ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입법에 필요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음에 많은 국민들은 여러 측면에서 반기며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한 예를 들어보면, 우리와 법제 환경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에도 작금의 우리처럼 민간조사원(탐정)에 의한 사회적 폐해를 우려하여 민간조사업 양성화를 오랫동안 미루어오다 관리 주체와 실정법 부재에 따른 부작용이 오히려 더 심각해지자 2007년에 탐정법을 전격 시행하여 민간조사업을 직업으로 공인함과 동시에 교육ㆍ지도ㆍ감독ㆍ벌칙ㆍ과세 등에 근거와 체계를 세움으로서 민간조사원의 그릇된 조사 행태를 적정화하고, 이를 신직업으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선례는 1960년대 부터 우리나라에 음성적으로 뿌리내려온 민간조사업(흥신업)의 원조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우리도 어떻게 대처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민간조사업법(일명 탐정법) 제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진정 국민에게 안심과 편익을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민간조사 시스템을 구축하자는데 있다. 그러나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탐정은 태생적으로 불법과 부당을 수단으로 하는 그룹’이라며 탐정 그 자체를 거부하거나 역할을 아예 부정하려 한다. 특히 민간조사업법이 제정되면 탐정이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검문검색도 하고, 마치 경찰이 수사 하듯 이사람 저사람을 추궁하거나 관공서 또는 금융사ㆍ통신사 등을 찾아 다니며 개인정보를 뒤지는 식의 준사법권을 행세할 것이라는 오해와 우려도 적지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탐정에게 이런 사법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실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민간조사원은 타인의 권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탐문하거나 공개된 정보를 취합ㆍ분석하여 정보의 오류와 함정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내야 하는 무원의 고립성을 지닌 외로운 직업이다. 즉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국한된 임의적 존재이다. 이는 세계 모든 탐정이 지니는 공통적 특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둔스럽거나 게으런 사람 또는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성과를 내려는 과욕주의자는 탐정 부적격자이다. 합당성을 포기한 탐정은 이미 탐정이 아니다. 소설속 셜록홈즈의 종횡무진이나 일부 심부름센터의 일탈을 탐정의 전형으로 여기면 답이 안 나온다.

특히 지금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민간조사업 공인화 관련 법안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만을 엄격하게 규정한 포지티브(positive)식 형태를 지향함으로서 광범위한 업무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형태를 취하고 있는 대다수 외국 탐정업에 비해 제도적 안정성과 업태의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민간조사원의 결격사유에 경찰공무원 수준을 적용하고 1,2,3차 시험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등 자질에 따른 부작용 예방을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강구하고 있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조사제도와 함께 2만여개의 새 일자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 하니 우리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왜 못하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탐정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글로벌한 시각으로 사회적ㆍ경제적 실리를 추구해야 할 때라고 본다. ‘탐정을 위해 탐정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탐정을 활용하기 위해 탐정법이 필요한 것’임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민간조사업 공인, 이제 결단해야 한다. 복잡ㆍ다양한 생활 양태와 당사자주의 강화 등 소송 법제의 변화로 점증하고 있는 민간의 사실관계 입증 수요가 무통제ㆍ무책임ㆍ무납세 지하업자들에게 분별없이 맡겨지는 위험과 혼란을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것은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 또한 하느냐 마느냐하는 논쟁의 장기화로 이 분야에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 또는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적ㆍ경제적 피로감을 주고 있음은 사회적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무쪼록 민간조사업은 우리에게 양질의 신직업ㆍ신산업ㆍ신문화로 접목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하면서 역사적 민간조사제도 법제화가 특수 직역(職域)의 유ㆍ불리나 소관청을 둘러싼 부처간 편협한 이기주의로 또 다시 지체되는 일이 없기를 많은 국민들과 함께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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