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 근무 중인 한국 주재원들 사이에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가족 및 인근 지인들에게 ‘프라하’에 주재 발령이 났다고 하면 다들 축하하는 데 비해 ‘체코’에 발령이 났다고 하면 오지로 가는 것처럼 안쓰러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 한국에서 ‘체코’라는 국가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다는 방증이다.
최근에는 체코하면 맥주를 떠올리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실제로 UN통계에도 체코인의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57ℓ로 세계 1위며, 체코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맥주 생산량은 19억ℓ를 훌쩍 넘어서고,이중 체코 내에서 연간 소비 되는 맥주는 16억ℓ에 이른다. 연간 수출량은 3억5000만ℓ로 주요 수출국은 독일, 슬로바키아, 스위스, 영국 등 유럽지역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들어 유럽 외 지역으로의 맥주 수출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체코에는 5개의 대형 맥주 양조장, 30여개의 중소규모 양조장, 160개 이상의 초소형 양조장이 전국에 퍼져있다. 대형 양조장은 필스너 우르켈, 스타로프라멘,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 노프코비츠, 모라비안-실레지안 양조장이다. 이 중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는 단연 플젠에 양조장을 두고 있는 ‘필스너 우르켈’이다.
체코 맥주 생산지의 메카라할 수 있는 플젠에서의 맥주 생산은 이 도시가 생긴 직후인 1295년에 시작됐는데, 통상 우리가 ‘맥주’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황금빛 하면발효(라거) 맥주가 이곳 플젠에서 1842년 처음 탄생했다. 1839년 플젠 지역의 중소규모 양조장들이 하나의 연합된 현대식 양조장을 설립했고, 이 때 고용된 조셉이라는 양조사가 1842년에 최초로 하면발효 맥주 양조에 성공한 것이다. 이 플젠의 황금빛 맥주는 출시 직후 전 세계에 라거 열풍을 가져왔고, 또한 기존의 불투명했던 맥주잔을 최초로 투명한 유리잔으로 바꾸게 하는 매개체 역할도 했다.
세계 맥주 역사의 한 장를 장식하고 있는 필스너 우르켈을 생산하는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는 지금도 세계 56개국에 수출하며 5억6000만달러의 연매출을 기록 중이다. 약 2400명의 공장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체코내 대표적인 맥주기업 일 뿐 아니라 플렌시 재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우수기업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플젠시는 이 회사와 공동으로 1년에 한 번씩 맥주축제인 필스너 페스트를 개최하고 있는 데 이 축제에만 4만~5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체코 맥주의 우수성은 유럽 내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한국에도 수입맥주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체코 맥주의 인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체코의 대 한국 맥주 수출량은 약 100만ℓ를 기록하며 매년 50% 이상 급증하고 있다. 이에 최근 체코의 한 투자사는 한국에서 직접 체코산 맥주 양조장을 건설해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코트라와 더불어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양조한 신선한 체코산 맥주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진행이 될 경우 황금색 고급스러운 맛의 체코산 생맥주를 한국 도심에서 맛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