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양호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까지 했지만 파문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박 모 사무장과 일등석 승객의 증언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폭언 폭행 사실이 드러나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다. 대중의 분노는 급기야 ‘대한항공 불매운동’으로 비화되고 있다. 뉴욕 지역 일부 한인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는 대한항공 인천-뉴욕 노선 주 고객인 자신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대한항공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파장의 끝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일주일이 넘도록 판을 접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한항공이 두 가지 점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자세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출석하는 과정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고위 임원의 진두 지휘 아래 무려 40여명의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사실 길목을 봉쇄하며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다. 더욱이 혹시 이용할지도 모른다며 여자 화장실 청소까지 다시 시키는 등 반성의 기미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상황인식이 이 정도니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회사와 직원을 개인의 소유물이나 머슴 정도로 여긴다는 전근대적 사고가 남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오너의 가족이자 상사라지만 무릅을 꿇리고 삿대질을 하며 모욕을 줬다면 명백한 폭행이며, 인권 침해다. 그렇게 하고서도 버젓이 회사측은 당사자의 집으로 찾아가 대놓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고 한다. 금세 들통날 일을 억지로 은폐하려했으니 여론이 잦아들기 만무하지 않은가. 소속 직원들의 인권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오너 일가의 제왕적 사고가 판을 더 키운 셈이다.
이제라도 대한항공측이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애초에 솔직히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다면 일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대한항공은 물론 우리의 국가이미지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다. 파장이 더 길어지고 엉뚱한 조치가 이어진다면 정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사내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진심을 담은 대국민 사과도 다시 해야 한다. 승무원들에 대한 사과도 포함하는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거듭 인식하는 계기가 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