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게 12월15일은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듯 싶다. 비록 참고인 신분 이지만 권력형 추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다 검찰의 조사를 받는 혈족을 지켜봐야 하는 심경이 편치 못했을 것이다.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청와대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할 정도로 주변관리를 철저히 했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겪었던 직계가족의 검찰 출두를 막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친동생이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정윤회씨와 권력암투를 벌였다는 세간의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더욱 인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문건은 ‘찌라시’에 불과하며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민적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여론조사 회사인 리얼미터가 지난 8~12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5알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39.7%로 하락했다. 지지도가 30%대로 내려간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새누리당 지지층과 중도층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집토끼’로 불리는 기존 지지층의 민심 이반 현상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리는 40%의 벽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국민적 피로감이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권 내부에서 조차 대놓고 ‘고치라’고 꾸짖고 있는 판국이다. 지난 8일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가 대통령에게 수석ㆍ장관들과 공식회의를 자주 갖고, 대면보고를 일상화할 것이며, 대국민 기자회견을 정례화하라고 구체적 요구를 한 데 이어 15일 정의화 국회의장도 ‘돌직구’를 날렸다. 정 의장은 정홍원 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정상외교를 하고 난 뒤에는 최소한 3부 요인이나 5부 요인을 청와대에 초청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줘야 한다”며 “국회의장의 위치에서 신문지상 보도만 갖고 (인지)한다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건 파동을 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국민은 문건에 담긴 내용의 진위 보다는 비선 실세 논란을 배태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나무라고 있다. 나는 떳떳하니 내 스타일 대로 가겠다고 해서는 민심을 돌이킬 수 없다. 문건 파동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를 계기로 대국민 사과, 청와대 비서실 진용 개편, 인사시스템 등 국정 운영 방식 쇄신책 등을 내놓아야 한다. 임기 중반의 국정동력이 여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