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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루블화 위기 가시화, 신흥국 전염 예의주시해야
국제 유가 급락 여파가 마침내 러시아를 강타했다. 15일(현지시각) 모스크바와 런던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값은 해외 헤지펀드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투매로 미 달러화 대비 9.3% 폭락했다. 이로써 루블화 가치는 연초 대비 무려 88% 하락했다. 추풍낙엽 신세가 따로 없다. 러시아 당국은 극약처방으로 맞섰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다음 날 기준금리를 10.5%에서 17.0%로 무려 6.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세계적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5%포인트 넘게 올린 적은 거의 없다. 그만큼 러시아의 사정이 급박하다는 소리다. 1998년의 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 경제가 맥을 못추는 것은 국제유가가 큰 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유와 가스가 러시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또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을 여기서 올리고 있다. 석유가 러시아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한 동안 러시아 경제가 호황을 누린 것도 고유가 덕분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국제유가는 반토막이 났다. 6월까지만 해도 106달러 선이던 서부텍사스유(WIT) 가격이 불과 여섯달 만에 55달러까지 내려왔다. 그나마 50달러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원유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지 않으면 루블화 추락은 멈출 것같지가 않다. 당분간 극적 반전은 난망해 보인다.

문제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금융 위기가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베네수엘라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1년내 디폴트를 선언할 확률이 97%”라고 보도할 정도다. 인도네시아 루피화와 브라질 레알화도 하락 폭이 가파르다. 위기가 신흥국으로 전염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선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게 일단은 반갑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유가가 10% 떨어지면 우리 국내총생산(GDP)는 0.2% 가량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생산 원가가 줄어드는 반면 소비 여력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로선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더 클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러시아가 백기를 들면 우리 수출은 2.9%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내년 전망이 밝지않아 성장률을 0.5%포인트 내외로 하향조정하는 판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발 위기의 신흥국 전염을 예의주시하며 언제든 선제적 대응에 나설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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