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해결방안 찾기 급급해선 안돼
지휘관 관련 언론보도 행태도 문제
軍특성 감안한 책임있는 자세 갖춰야
최근 군 문제가 심심찮게 떠오르고 있다. 윤일병 사건으로 촉발된 병영문화에서부터 장교들의 부적절한 언행, 그리고 방산비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라 할만큼 다양하다. 국가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국방이 본질적인 국가의 존재이유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한다. 병은 감춘다고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정밀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환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듯 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국방의 임무는 사회의 다른 영역과 달리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으로는 곤란하지 않나 생각한다. 너무 성급하고,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 병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하루아침에 혁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가 심각한 만큼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진단과 이해가 필요한데, 해결방안 찾기에만 급급해하는 인상이 짙다.
여기에는 언론과 정치권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뭔가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는 여론의 습성은 진지하고 체계적인 진단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효과를 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단기간에 효과를 내는 즉효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군 역시 너무 성급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가 심각한 만큼 진단과 처방 역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문제의 구조와 의미를 파악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 군이 여론의 압력에 너무 휘둘리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특히 최근 발생한 군 지휘관에 대한 언론보도와 대처방식은 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가벼운지 보여준다. 지난 9월 육군 1군사령관(대장)이 음주 소란 문제로 해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역 대장이 품위 손상 문제로 전역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육군대장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처벌과정에 있다. 이후 알려졌지만, 그의 행위는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전역을 신청한 것은 자신에 대한 논란으로 군의 명예가 손상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방부도 그의 추태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그는 군 조직을 위해 자신의 명예를 버린 것이다. 신중하지 못한 언론보도에 밀려 너무 성급하게 결정해 버린 것이다.
최근에는 해군참모총장이 도마에 올랐다. 통영함 방산비리에 간접적이나마 연루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추측성 기사를 올리면서 여론몰이에 나선 모양이다. 방산비리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직 근거도 불확실하고 실수여부에 대한 판단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보도는 군 지휘권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적어도 군 지휘관의 문제를 다룰 때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철저한 조사 이후에 처벌하면 된다. 그 이전에는 군 지휘관의 영이 설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감사원이나 검찰도 마찬가지다. 국방의 가치가 위중하다고 믿고 있다면 군 지휘관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태산처럼 무겁되 칼처럼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존중하는 언론이라면 군에 대해 책임있고 신중한 태도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