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풍경이 낯설지 않는 시대다. 특히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제3국 인력이 크게 늘면서 외모는 물론 생활문화가 다른 그들과의 공생은 필연이다. 블루 칼라 일을 기피하고 생산 가능인구마저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민은 물론 일자리를 위해 단기체류하는 제3국 인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출입국 및 이력ㆍ체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토막 살인 사건으로 충격을 준 중국 국적 동포 박춘봉씨의 경우만 봐도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거짓 개인정보로 22년 전부터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며 총 15년 가까이 머물렀다. 위조 신분증으로 여권을 발급받고 국내 들어와서는 아예 이름까지 바꿔 딴사람 행세를 했다. 1세대 중국 동포에게 별 검증없이 90일 체류가 가능한 C-3비자를 내준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현지 영사관은 물론 우리의 출입국관리 시스템은 구멍이 숭숭 뚫려 저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법 체류자가 10월 현재 20만명을 넘고 이슬람국가(IS), 텔레반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극성을 부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엊그제 발생한 호주 시드니 카페 인질 사건 역시 외국인 이력 및 체류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범인 만 하론 모니스는 이란계 난민으로 호주에 정착해 20년을 살았다. 그는 그동안 전 처 살해공모 등 50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수년간 체포와 구금, 가석방 등을 반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전 감시가 가능했던 잠재적 중범죄자였던 것이다. 현행 불법체류 및 비자관리체계라면 언제 제2의 박춘봉은 물론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
우선 나이 등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도 입국할 수 있는 현행 비자발급 시스템과 방문취업 비자가 악용되고 있는 허술한 체계를 한시 바삐 개선해야 한다. 위조 여권까지 무사통과되는 한심한 출입국 관리도 혁신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필요하면 인력과 재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원천 이력 및 체류기간 동안의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시스템화해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여러 부처로 분산된 이민정책을 통합 관리할 이민청 신설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치안은 국가 신인도는 물론 투자 유치, 관광 등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거듭 상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