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석이 84세를 일기로 사망하자 아들 김정일은 곧바로 얼굴없는 ‘유훈통치’에 접어든다. 소련과 동구 붕괴에다 자연재해까지 겹쳐 경제상황이 최악에 이르자 택한 궁여지책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겹쳐 3년상(喪)을 마친 1997년 10월 김정일은 당 총비서로 추대된데 이어 이듬해 9월 헌법개정을 통해 주석직을 영구 봉안하는 대신 신설된 국방위원장에 겹 추대된다. 곡절 끝에 막을 연 2대 세습은 군(軍) 우선의 ‘선군정치’로 일관하다 결국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한 채 2011년 12월 17일 김 국방위원장이 69세에 사망하면서 17년만에 끝났다.
때마침 17일은 김정일 3주기(周忌)다. 그런데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 김정일 시대의 업적을 칭송하고 기념우표도 발행하긴 했지만 들썩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종 매체들은 김정은 통치 선전에 더 공을 들인다. 최근 완공된 초대형 시설물을 열거하며 과거를 능가하는 현존의 치적을 노골적으로 조명한다. 군비 과부하에 시달린 선대와 달리, 핵도 보유했으니 국방예산을 줄여 경제건설에 전념하겠다는 다짐도 엿보인다. 하지만 3대 세습의 실상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보인다. 20년 사이 두 번째 북녘의 3년 탈상을 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