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가 18일 복무 보상점 부여, 대학 학점 인정 등을 골자로 한 22개의 병영 혁신과제를 국방부에 권고했다. 여기에는 병사의 계급 및 기수 체계 단순화를 비롯해 국방 옴부즈맨 설치, 군단급 법원 통합운영 등 굵직한 사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 현역복무 부적격자 입대 차단, 영내 폭행죄 등 반인권행위자 처벌 강화, 병사 휴가 자율선택제 적용 등 그동안 불거진 군내 사건ㆍ사고에 대한 해법도 총망라돼 있다. 그 만큼 군대라는 특수 집단에서 빚어지는 만성 부조리와 적폐가 극심,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혁신위 권고안을 국방부가 어느정도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이 가운데 일부만이라도 정책에 반영된다면 군 문화는 크게 변화할 것이다. 예컨대 군 인권실태를 감시하는 총리 직속의 차관급 국방 옴부즈맨 신설의 경우 최근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여군 성폭력 등 부적절한 군 적폐를 차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명령,복종 관계는 물론 사병의 병영생활 문화에도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연이은 군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발족, 4개월여 동안 검토해온 과제치곤 미흡한 것이 많다. 대증적 처방인데다 논란만 부를 수 있는 과제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군 성실복무자 보상방안만 해도 그렇다. 성실 복무자에 한해 취업시 만점의 2%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게 골자다. 그러나 이는 여성계가 오래전부터 반대해온데다 위헌 판결까지 난 점에 비춰 논쟁만 부를 뿐 정책으로 채택되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학점 인정제도 대졸자와 고졸자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다. 이병~병장에 이르는 4계급을 2~3단계로 단순화하는 것 역시 일본 잔재 청산이라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같은 계급 내에서도 고참과 후배를 따지고 갈등구조가 사고로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날로 더해가는 외아들 풍조와 집단생활 부적응 현상은 병영내 조직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게 현실이다. 조직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자세와 마음이 갖춰지지 않으면 언제라도 사고는 반복되고 불신에 따른 사건사고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축소 은폐지향적 군 문화의 퇴출이 우선이다. 지난 2000년부터 시동을 건 병영문화개선이 아직도 진행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 임기응변으로 맞서고 숨기는 문화가 지속되는 한 백계무책(百計無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