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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남주 기자의 유통이야기> 식품업계 ‘고용 갑질’ 관행 씻어내야
대한항공 오너의 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연일 메스컴을 장식하며 세인들의 입방에 오르고 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태를 일으킨 뒤에도 반성의 기미가 부족한 데다 대한항공 측도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등 볼썽사나운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샀기 때문입니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공주 갑질’ 등 여러가지 신조어를 만들었고, 그 자신 또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피의자로 전락했습니다. 물론 조 전 부사장의 가업(家業) 가운데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도 ‘땅콩 회항’ 사태 때문에 창사이래 최대 위기 상항입니다.

이번 ‘땅콩 회항’ 사태는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재벌가의 그릇된 사고방식을 여과없이 보여준 사례중 하나입니다. 또 회사내 약자인 고용인(승무원)에 대한 고용주의 잘못된 인식을 낱낱히 드러낸 단면입니다. 국민들은 ‘땅콩 회항’ 사태를 보면서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 후진국적인 ‘갑질문화’가 상존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실감했을 것입니다.

사실 종업원은 어떤 경우든 퇴사를 각오하기 전엔 고용주나 경영진을 향해 대립각을 세울 수 없는 절대적 약자입니다. 이런 점에서 승무원을 대한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회사측의 거짓 증언 강요는 고용인을 상대로 한 치졸한 불공정 행위이며 전형적인 ‘고용 갑질’인 셈이지요.

그럼 ‘고용 갑질’이 대한항공에 국한된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식음료 업계만 들여다 봐도 크고 작은 ‘고용 갑질’이 무수히 많습니다. 식품 업종은 기업과 품목이 많은 탓에 과당ㆍ출혈 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영업환경이 이렇다 보니 기업마다 영업사원를 향해 무리한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덤핑판매나 가상판매와 같은 비정상 거래도 빈번하겠지요.

이를 부정하고 질책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빚과 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둘러쓴채 회사를 떠나거나 손실액의 책임 소재를 놓고 회사측과 법리싸움을 벌이는 사원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더욱이 이같은 비정상 거래가 고용주의 묵인과 영업부서장의 강압에 의해 벌어졌음에도 그로 인한 피해액을 영업사원에게 고스란히 떠넘긴다면 이는 ‘고용 갑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이런 ‘갑질문화’가 오랜 관행이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실제로 최근 퇴직한 자사의 영업사원을 상대로 ‘회삿돈을 횡령하고 손실을 끼쳤다’며 과자 판매대금과 이자를 청구한 소송에서 패소한 제과업체 A사가 식품업계에 상존하는 ‘고용 갑질’의 흔한 사례인 셈이지요. 이같은 경우는 A사뿐이 아닙니다. 과자를 파는 B사, 아이스크림 업체인 C사, 주류를 생산하는 D사 등 수많은 업체들이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젠 회사내 ‘갑질문화’는 사라져야합니다.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는 ‘상하’가 아니라 ‘수평’으로, ‘갑을’이 아니라 ‘가족’으로 바뀌어야합니다. 가족과 같은 신뢰와 존중이 없는 기업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결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땅콩 회항’ 사태가 식품업계의 ‘고용 갑질’ 관행을 말끔히 씻어내는 값진 교훈이 되길 희망합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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