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글로벌 Insight] 스페인을 통해 중남미를 본다
금년 초 TV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소개된 이후 스페인 관광상품이 뜨고 있다.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예약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200팀에 이른다고 한다. 프라도 미술관 등 마드리드 시내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과 마주치는 것도 이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스페인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상반되면서도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많은 유사성을 보여준다. 스페인은 서구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가톨릭 문화의 중심에 있다고 자부하며, 유럽ㆍ중남미ㆍ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식민지를 운영한 경험 등에서 한국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인구ㆍ경제규모에서 한국과 유사하고, 무적함대를 보유한 초강국에서 유럽의 변방으로 전락하는 국운쇠락의 경험, 4년간의 내전, 그리고 프랑코에 의한 군부 개발독재 경험 등은 한국 근대사와 닮은 꼴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스페인은 우리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갖고 있어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또 서로의 강점이 달라 경쟁보다는 보완 협력의 여지가 크다. 특히 지난 500년간 스페인 기업이 중남미 등 해외에서 활약하며 축적한 인맥과 경험은 우리기업의 중남미 진출에 꼭 필요한 무기들이다.

과거 중남미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게 스페인은 강력한 경쟁자이면서 진입 장벽이었다. 주요 프로젝트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스페인 기업들과 경쟁해야 했고, 스페인 기업의 경쟁력이 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는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2008년 유럽 경제위기 이후 스페인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선 결과가 부작용을 낳았고, 일부 프로젝트에서 우리기업이 스페인 기업을 제치고 수주하기 시작했다. 한 스페인 건설기업 임원은 “경제위기 영향 이외에도 한국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입찰가격을 20% 낮춰야 했다”고 불평하기도 했으나, 과거와는 달리 한국기업과 협력 필요성에 보다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기업들은 중남미 지역에서 각계 고위층과의 인맥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강한 로비와 수주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파나마운하 확장공사 사례에서 보듯 수주 후에도 조건 변경 등을 통해 추가적인 이익까지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국과 스페인 기업이 중남미 시장에서 협력한다면 그 형태는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개별 프로젝트에서 스페인 기업의 수주능력과 우리기업의 제품ㆍ금융 경쟁력을 결합하여 윈-윈(Win-Win) 전략이 마련될 수도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 스페인 기업이 우리기업을 지원하고, 아시아에서 우리기업이 도와주는 지역별 역할 분담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마드리드무역관의 협조로 한국기업과 제휴방안을 모색중인 현지기업들은 대부분 한국기업과 협력을 통한 아시아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기업이 이들의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이들의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의 중남미 진출에 강력한 원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기업의 스페인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유럽의 후진국, 인구대비 작은 시장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단순 교역의 시각에서 벗어나, 수백 년간 스페인기업들이 축적한 경험과 인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특히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이 스페인과 협력에 적기로 보여진다. 우리기업이 스페인을 디딤돌로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