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계약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고용안정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이 특징이다. 각론은 당초 예상보다 파격적이다. 가령 35세가 넘은 계약직 근로자는 최장 4년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지금의 2년보다 두 배 늘어난 셈이다. 1년 이상 일해야 받는 퇴직금도 3개월 이상으로 대폭 줄였고, 고용기간을 채웠는데도 정규직 전환이 안되면 회사가 별도의 이직 수당을 주도록 했다. 비정규직 계약 갱신 횟수도 제한해 초단기 계약을 남발하는 꼼수를 아예 원천 봉쇄한 것도 눈에 띈다. 이런 정도만 현장에서 지켜져도 계약직 일자리의 질은 한결 높아진다.
정부가 이처럼 과감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 카드를 들고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면서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노동개혁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2일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최 부총리는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봐서라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양극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구조를 확 뜯어 고쳐야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가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노동개혁은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다. 우리 젊은이들이 높은 취업 관문을 넘지 못해 사회 첫출발 단계부터 좌절하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선 고용 경직성이 높다보니 정규직 채용을 주저하게 된다. 그러니 비정규직 일자리만 기형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나마 공장을 뜯어 해외로 나가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외국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꺼린다. 이게 다 노동시장이 탄력적이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비정규직 처우를 대폭 개선하면 기업들로선 여간 부담이 아닐 것이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그 부담을 기업에 고스란히 떠넘기니 반가울리 만무하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일자리 질이 낮은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것”이라며 불만이다. 그러나 귀에 거슬린다고 언제까지 노동개혁을 외면할 수는 없다. 지난하고 어려운 과제지만 반드시 매듭을 풀어야 한다. 내 밥그릇을 조금만 양보해 우리 2세, 3세의 미래는 한결 밝아진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결단도 아닐 것이다. 노사정위가 대타협을 위해 연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승적 차원의 대 타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