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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해킹의 추억
1948년, 전통 명문 하버드대와 예일대가 풋볼 친선경기를 갖기로 하자 또 다른 이공계 명문 MIT(매사추세츠공과대) 학생들이 이를 시샘한다. 급기야 이들은 경기장 바닥에 도폭선(동시폭발 금속관)을 몰래 깔아 MIT 글자모형 불꽃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런데 경기 전날 비밀장치가 발각되더니 작동 배터리를 숨겨 잠입한 학생들도 체포된다. 결국 천재들의 도발적 기획은 무산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기술을 뽐내는 깜짝쇼가 ‘핵(hack)’이라는 이름으로 교내에 유행한다. 불야성을 이룬 한 연구동, 인공지능 연구 동아리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성공한다. 내친김에 대학본부 기밀장소에 설치된 컴퓨터에 밤마다 몰래 접속해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수정하며 실력을 연마한다. 학생들은 스스로를 해커(hacker)라 불렀다. 컴퓨터가 귀하던 1960년대 중반 얘기다.

해킹은 원래 악의적이지 않았다. 세상 전역에 컴퓨터가 깔리면서 선악의 도마에 오르내리더니 범죄로 분류됐다. 남의 전산망에 무단침입, 각종 기밀을 한순간에 거덜 낸 대가다. 물론 필요악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해킹으로 인해 보안 시스템이 등장하고 이것이 무너지면 더 강력한 것이 창출되는 순기능 때문이다.

해킹강국을 자처하는 북한이 지탄의 대상이 됐다.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쳐스에 테러위협을 가해 상영을 막고 해킹까지 한 혐의다.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적 대응’을 천명한 직후 북한의 인터넷이 23일에 이어 24일 새벽에도 불통됐다. 때마침 우리도 원전 기밀을 해킹당해 혼란스럽다. 성탄절부터 원전가동을 중단하라며 열흘사이 5번째 기밀문서를 공개한 해커지만 책임기관은 무기력하다. 바야흐로 사이버전쟁 시대, 해커는 오리무중이고 국민 불안은 첩첩산중이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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