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정신이 없을 정도로 번잡하고 무질서한 곳을 이르는 ‘도떼기시장’이란 말은 부산의 국제시장에서 비롯되었다. 1945년 해방 직후 본국으로 철수하던 일본인들이 전시통제물자를 이곳 길거리에 내놓으면서 시장이 형성됐는데 이를 처음 도떼기시장이라 불렀다. 이후 한국전쟁의 와중에 유입된 피난민들이 길거리 장사를 하면서 시장이 확대됐고, 부산에 주둔한 미군과 유엔군으로부터 나온 군수물자와 부산항으로 들여온 밀수품들이 거래되면서 활기를 띠었다. 도떼기시장이라는 말은 경매나 낙찰을 의미하는 일본어 ‘돗따’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으나, 다양한 물품을 분류하지 않고 거래하는, 말하자면 ‘도거리로 사고 판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 도떼기시장은 한때 ‘자유시장’으로 불리다 1950년대 이후 국제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지금도 1500칸의 점포가 북새통을 이루는 이 시장이야말로 한국현대사의 애환이 집약된 곳이다.
연말 극장가에 ‘국제시장’ 열풍이 불고 있다. 개봉 후 12일만에 누적관객수 400만명을 넘어 1000만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전쟁기 흥남철수에서부터 광부와 간호사의 서독 파견, 베트남전쟁, 이산가족찾기로 이어지는 한 가장의 처절한 생존기록을 담은 이 영화는 두 시간여 동안 관객을 쉬지 않고 웃기고 울리면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이 영화 최고의 미덕은 평범한 가장이 시대의 격랑을 헤쳐온 위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이다. 평범하지만 위대한 가장들, 어머니들, 아들 딸들이 지금도 도떼기시장 같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새해엔 이들이 더 따뜻하고 공정하게 대접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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