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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국토부 자체감사 ‘칼피아’ 근절 계기 돼야
국토부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조사하면서 다수의 관련 공무원이 대한항공측과 은밀하게 내통한 사실이 자체 감사결과 드러났다. 조사 내용을 수시로 알려주고 서로 협의까지했다니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심지어 당시 비행기에서 내렸던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는 대한항공 임원이 무려 20분가까이 동석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러니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를 일으킨 대한항공측의 시나리오대로 사건을 엮어 가는 데 공무원들이 앞장선 꼴이다.

항공업무의 실무수장인 정책실장 직무대리와 항공안전정책관 역시 마찬가지다. 야전 컨트롤 타워 기능은 아예 작동하지도 못했다. 그러니 조사직원의 역할 분담과 조사계획 수립, 조사대상, 방법 등 기본적인 사항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조사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몰염치한 공무원을 믿고 공정성과 객관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큰소리쳤던 서승환 국토부 장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항공 소속 하수인 노릇을 한 이들 공무원에 대한 금품거래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조사관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라면 유착이 더 쉬웠을 것이고 얼마든지 뒷거래도 가능했을 것이다. 항공기를 탈 때마다 부당하게 좌석 업그레이드 받는 특혜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토부는 서둘러 특별자체 감사결과와 솜방망이 징계 내용을 발표하면서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다. 보다 철저한 조사와 중징계로 공직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공직자의 도덕 재무장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라도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하긴 국토부와 항공분야 뿐이겠는가.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29일 발표한 공공기관 비리수사 결과를 보면 공직 사회의 부정과 비리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올 1월부터 12월 24일까지 비리조사 대상기관이 모두 52개 공공기관에 이르고 입건된 전현직 임직원과 업체 대표가 390명이나 된다. 공무원과 민간기업의 고질적이고 비정상적인 유착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광범위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무원과 관피아에 대한 수사와 단속이 강도높게, 집요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갑질이나 하면서 이득을 챙기는 시대는 지났다. 공직이 바로 설 때 사회도 바로 선다. 그래야 국민도, 기업도 분별력이 생기고 투명한 경쟁과 업무처리가 가능해지고 경쟁력이 제고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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