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기업인 사면·가석방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경제단체 수장이 공식석상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최 회장은 사법절차를 다 거쳤고 판결에 따라 상당히 오랜 기간 처벌을 받고 있다”며 “누구를 벌하는 건 반성과 개선을 모색하자는 뜻일 텐데, 꼭 마지막 하루까지 다 채워 100% 처벌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돈이 없어서 빵을 훔친 사람은 마지막 날까지 형을 살고 기업인은 그냥 나와도 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잘 안다”며 “기업인이라 해서 끝까지 (가석방·사면이) 안 된다고 하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경제단체 수장이 소신 발언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자칫하면 여론의 뭇매를 불러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재벌가 3세 경영인이기도 한 박 회장의 말은 ‘팔이 안으로 굽는 발언”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차분히 박 회장의 발언을 들어보면 기업인 특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 테두리내에서의 관용을 얘기하고 있다. 형법 76조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난해 성탄절에도 정부는 모범수 614명을 가석방했다. 하지만 기업총수는 싹 빠졌다. 징역 4년이 확정된 최 회장은 2년간 수감 중이다. 역대 대기업 회장 중 최장이다.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허용되는 선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역차별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년 일출 산행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기업인이 아니라고 해서, 재벌이라고 해서 모두 따로 판단될 게 아니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대한상의 박 회장은 “(최 회장에게) 기회를 줘서 국내 5대 기업 중 하나가 획기적 변화를 일으킨다면 교도소에서 1년을 더 살게 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투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말 대로 가석방 되는 기업인에게 ‘경제살리기의 노역’를 부과한다면 국가와 사회 전체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기업인은 감옥에서 놓여나도 사회적 감시망은 피할 수 없는 처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