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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새해 소망
“이 나라 사람들은 물가와 환율을 걱정하면서 미국 달러를 모으고 있어요. 국가가 위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죠.” “국민들은 자신이 뽑은 정부보다 미국 달러를 더 신뢰하는군요.” “네, 맞아요. 그들은 달러를 믿죠.” 2년여 전 남미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미국 출신의 공공정책 연구자와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차를 마실 때에도 물가가 오른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경제가 불안했다. 하지만 사회지도층은 자신의 이권 챙기기에 바빴고 정치권은 정쟁으로 날을 지새웠다. 방송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이슈보다는 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 국민들 사이엔 달러를 모으거나 투기를 해서라도 한몫 챙기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사회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2015년 을미년을 맞아 모든 사람들이 새 소망을 안고 첫발을 내디뎠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소망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실패 국가 아르헨티나가 떠오른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200년 전에만 해도 세계 5대 부국이었지만 지금은 제3세계 변방국가로 전락해 있다. 그 기저엔 신뢰의 붕괴가 있었다. 국가와 정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적 유대가 사라지고, 국민은 각자 살길을 모색하게 돼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양극화 심화, 비선실세 의혹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그 신뢰의 위기를 경험했다. 하지만 신뢰는 버릴 수 없는 가치다. 사실상 새해 첫날, 기본이 지켜지고 정의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유지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다시금 소망한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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