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구제역이 충남북과 경북에서 수도권으로 번지는 등 빠르게 확산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5일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왔고 지난 2011년 악몽의 진원지인 경북 안동에서도 재차 발생,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는 소 구제역 의심 신고까지 들어와 현재 확인중이다. 자칫 348만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한 4년전 끔찍한 피해가 재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구제역은 혈청형이 기존에 발생했던 ‘O형’과는 다른 유전자형인데다 전파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더 불안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전국 축산관련차량 운행 전면 통제와 소독 필증 휴대 의무화, 모든 농장 돼지의 혈청검사 실시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긴급 방역대책을 내놓고 시행에 들어갔다. 축산 차량 이동에 의한 전염을 차단하고 농장과 도축장간의 전파 고리를 끊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대응으로 진정될지는 의문이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한 달이 넘었고 28만마리가 피해를 입었으나 아직도 정확한 원인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 안일하게 대응한 탓이다. 차량이 1시간이면 족히 갈수있는 100km 범위를 1차권역으로 설정해 방역에 나선점도 화를 키운 이유다. 매번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이번에도 초동대처에 실패한 것이다.
방역 당국이 백신의 현장 접종 점검을 소홀히 하고 효능을 너무 과신한 것도 문제다. 예컨대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발육이 부진하고 유산, 폐사 등의 부작용이 유발한다는 소문이 농가에 파다하다. 출하돈의 경우 접종 표시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져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경향도 뚜렸하다. 게다가 업체에 따라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최저 16.7%에 불과해 축산 농가의 접종 불신을 불러왔다. 충북 괴산의 경우 축산 농가의 30%가 영수증만 확보하는 등 접종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그럼에도 당국은 접종 현황과 문제점 조차 제대로 파악치 않은 채 미접종 농가에 대한 과태료 인상 등 탁상 행정으로 일관해왔다. 구제역이나 가금류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 I)는 전염성이 강해 일단 방역망이 뚫리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우선 피해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망을 더 강화해야 한다. 차제에 방역 체계를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 원인과 치유대책이 나와야 국민 불안도 불식되고 축산 농가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