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자주 나가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항공사의 기내 서비스가 얼마나 훌륭한지 잘 알 수 있다. 선진국의 항공 서비스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필자가 유학했던 구소련의 항공 서비스는 그야말로 옛날 시골 버스 수준밖에 안 됐다. 연세 지긋하신 여성 승무원이 기내 서비스는 고사하고, 승객들에게 군기를 잡는다. “식판을 옆사람에게 전달!”, “밥 먹게 옆사람 깨워”-이런 식이다. 물론 구소련이 해체되고 민간 항공사가 출범하고 나서는 많이 개선됐다.
CNN 방송은 지난 8월 30일 한국의 ▷높은 카드 발급률 ▷성형 수술 ▷장시간의 노동과 짧은 수면 시간 ▷혁신적인 화장품 ▷소개팅 문화 ▷IT 기술 ▷항공 서비스 ▷회식과 음주 문화 ▷여성 골프 선수 ▷스타크래프트 총 10가지가 세계 최고라고 발표했다.
이 중에서 한국의 항공 기내 서비스가 세계 최고라고 극찬했다. 세계적인 항공사들이 한국의 항공 기내 서비스를 배우러 한국에 방문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2006년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부본부장 상무보를 거쳐 ‘땅콩 회항’ 사태로 사퇴하기까지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부사장직을 수행했다. 세계가 극찬하는 기내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조현아 전 부사장이다. 문제가 된 ‘땅콩 회항’도 이유야 어찌됐든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과 사무장의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 사단이 난 것이다. 세계 최고의 항공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아마도 1995년 불량 무선전화기 15만대(150여억원어치)를 수거해 불태워버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충격요법을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20년 전의 ‘이건희식 화형식’이 오늘날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일벌백계식의 ‘땅콩회항’은 ‘슈퍼 갑질’에 ▷ ‘여성’이라는 핸디캡 ▷반 재벌 정서 ▷대중의 시기ㆍ질투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부족 4가지가 맞물리면서 구속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이번 ‘땅콩 회항’ 사태가 대한민국 서비스 산업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지도 모른다.
온라인상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절대 악’으로 묘사되고 박창진 사무장은 ‘선량한 희생양’으로 평가 받는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누리꾼들은 마치 자신들은 ‘항상 을’의 입장이고 소위 ‘갑질’은 단 한 번도 안 한 사람들처럼 말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갑질’을 하며 살아간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반말을 하거나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로 다른 차량의 시간을 낭비시킨다. .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에 가면 ‘갑’인 고객이 ‘을’인 서비스 종사자들이 대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팁을 줘도 국내에서 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바로 그런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앞으로 기내에서 ‘물은 셀프’문구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 우리는 지금까지 누려왔던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