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만 해도 방위산업은 국가적 과제였다. 북한에 열세였던 군사력 증강을 위해 방산업체들에 각종 혜택을 주는 투자유도 정책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40년 묵은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지난 5년간 6000억원의 헛돈이 쓰였고 방위산업 경쟁력은 정체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이 방위사업청과 각 군 본부,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는 ‘자주국방’ 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방산설비에 투자한 자기자본을 시장금리를 감안해 원가에 반영하고 보상하는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장금리는 1997년 13.39%에서 2013년 3.19%로 낮아졌지만, 방산설비 보상기준은 1997년 12%에서 2006년에는 오히려 13%로 올린 후 현재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국고 낭비는 무려 2175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독점 납품 구조도 시대 착오적이다. 경쟁이 가능한 방산물자는 방산업체 지정을 취소해야 하지만, 지난 2007년 이후 경쟁 가능성을 이유로 지정이 취소된 사례는 13건에 불과했다. 자동차부품연구원과 국방기술품질원 조사 결과 1317개 방산물자 가운데 237개 품목이 경쟁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를 외면하고 특정업체와 방산원가로 계약을 체결해 무려 3818억원의 예산을 허비했다. 28년 전 기술을 토대로 방산물자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까지 있다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2006년 방사청 개청 이후 지난해 4월까지 지정한 449개 방산물자 중 407개를 심의 과정이나 시장 분석 없이 방산진흥국장 전결로 지정한 것은 군의 납품 절차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최근 실무책임자인 과장급 절반 이상을 보직변경하고 사업부문에서 현역군인의 비율을 대폭 축소하는 대규모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방산·군납비리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내고 방위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와 기술력 강화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방사청 개혁의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와 별도로 현재 검찰 합동수사단에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군산(軍産) 유착의 사례에 대해 검찰은 방사청과 개별 업체간 어떤 뒷거래가 있었는지를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국가사업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온 검은 관행을 끊어내라는 국민적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