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18년까지 81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현대차그룹은 이 돈으로 자동차 공장 신ㆍ증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의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가계부채 증대와 일자리 부족으로 소비마저 위축돼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런 시점에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으니 가뭄에 단비보다 더 반갑다.
무엇보다 전체 투자액의 4분 3을 국내에서 집행키로 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그동안 현대차는 해외 공장 신ㆍ증설에는 적극적인 반면 국내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에만 해도 중국 창저우와 서부 충칭에 각각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4, 제5공장 신설을 발표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멕시코 몬테레이에 역시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국내 제조업의 동공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투자로 현대차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특히 국내 투자의 경우 단순히 생산능력을 늘리기보다는 미래성장동력 확충에 무게를 둔 것은 평가할만하다. 이미 자동차 산업은 친 환경 컨셉의 전기차를 비롯해 무인차 등 스마트 자동차가 속속 등장하는 등 빠른 속도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체들까지 자동차 시장을 넘보는 판이라 현대차로선 차별화된 미래 전략이 절실한 입장이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크다. 이런 위기 상황을 현대차는 투자 확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 일수록 과감한 투자로 승부수를 띄워 온 정몽구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차의 투자 계획은 다른 대기업 그룹에도 많은 자극이 돼 투자 확대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야 한다. 때 마침 삼성그룹은 올해 투자규모를 대폭 늘려 50조원 가량을 설비 및 R&D에 투입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대기업이 돈을 풀어야 고용과 소비가 늘어나는 낙수효과가 생기고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다른 기업들도 경기 불투명을 이유로 몸을 사릴 게 아니라 선제적 투자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그 투자가 유망 벤처 지원 등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연결된다면 금상첨화다.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 획기적인 규제 개혁이 그 전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