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새정치민주연합내의 당명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이 갈등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재인, 박지원 두 후보로부터 시작됐다. 이 두 후보가 한결같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을 바꾸겠다고 공약하고 나선 것인데, 문재인 후보는 “새정치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꿔서 약칭을 민주당으로, 그리고 박지원 의원은 아예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호응하고 나서면서 거의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문희상 위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당내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다음 회의 때 주된 안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방송을 하고 칼럼을 쓰고 있는 나와 같은 입장에서는 이 당명 개정이 좀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이름은 모르긴 몰라도 세계에서 가장 긴 당명에 속하고, 그래서 한번 이름을 부르거나 쓰려면 여간 힘들지 않을 뿐 아니라, 만일 새민련등의 약칭을 쓰려고 하면 당에서 반발하기까지 해서 여간 곤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갑긴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당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있어 조심스럽기는 하다. 당명을 바꾸자는 것은 안철수 의원에 대한 “용도폐기” 선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은 안 의원의 반발로도 확인된다. 안 의원은 당명 개정 움직임에 대해, “당 이름을 버린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고 돌아가자고 한다”, “당명 때문에 집권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지금 할 일은 변화와 혁신이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민주당으로 이름을 고치면 자신의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번 지역위원장 인선에서 자기 사람을 거의 집어넣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위에 있던 인사들마저 대부분 안 의원을 떠난 상황이어서 안 의원의 세력이란 지극히 미미하다.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대중적 인기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보면 김문수 전 지사보다 뒤지는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 안 의원을 계속 존중할 이유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니까 당의 입장에선 거의 이용가치가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는 말이다. 그래서 당명 개정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안 의원이 반발할 입장도 못 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새 정치’라는 단어를 본인의 상징으로 만드는데 스스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새 정치를 주장했을 뿐, 새 정치의 내용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고 보여준 적도 없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명을 왜 바꾸냐고 주장한다면, 명분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여기에 동조할 사람은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하면 할수록, 동조의 소리는 없고 그저 “나도 여기 있어요”라는 처절한 생존을 위한 외침으로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필요성을 창출하지 못한 정치인은 결국 도태되고 만다는 냉혹한 현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다시 새 정치를 주장한다면 그것도 웃음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국민들은 지금 안철수가 아니라 반기문에 열광하고 있음을 안 의원은 알아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떨어진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란 상당히 힘들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기억에 남는 사업가라는 평가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