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하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두바이유에 이어 북해산 브렌트유도 7일 배럴당 50달러선이 무너졌다. 브렌트유 가격이 40달러 대로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산유국간 생산 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20~30달러선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원유를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단 호재다. 연간 수입 규모가 1000억달러(100조원) 어치에 달하는 만큼 10%만 떨어져도 10조원 대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돈이면 무상급식과 보육 등 예산부족으로 삐걱대는 교육 복지를 단번에 해결하고도 남을 정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당장 수출 가격 하락으로 우리 상품의 해외 경쟁력이 되살아 날 수 있다. 싼 값에 원유를 확보하려는 수요로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 조선업계가 재차 활황을 맞을 소지도 크다. 일반 국민들도 유류비가 줄고 물가가 떨어져 그 만큼 소비할 여력이 늘어나게 된다. 내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원이 연간 60달러대 초반에 유가가 머무르면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저유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를 극복하면서 경제 회생을 어떻게 가속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상품과 용역비용을 낮춰 얼어붙은 소비를 진작시키고 경기 회복 마중물로 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유가 하락에 따른 기업의 비용절감 효과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큰 만큼 이를 가격에 반영시켜 소비를 늘리는 단초로 삼는게 우선이다. 또 이같은 구조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소득여건 개선과 일자리 확대 등 내수활성화 대책을 물가 안정대책과 병행 실시해야하는 이유다.
다만 글로벌 경제의 지각 변동에 대한 대응과 점검은 필수다.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동을 비롯해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국의 경제가 급격히 침체되고 금융 불안이 더욱 가중될 소지가 크다. 유로 존의 경기침체도 마찬가지다. 당장 해외건설이 급격히 위축, 내외우환을 겪는 건설업계와 일부 수출기업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유업계 역시 심각한 생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만큼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저유가를 경기 회복의 호재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