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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야만적 테러는 응징하되 종교적 편견은 금물
새해 벽두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로 지구촌이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7일 정오 무렵(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시내 시사만화잡지 ‘샤를르 엡도’ 사무실에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죽고 2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샤를르 엡도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이다. 이 잡지사가 내보낸 이슬람국가(SI) 지도자를 풍자한 만화에 대한 보복 테러를 당한 것이다.

테러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용서받을 수 없다. 더욱이 이번 테러는 언론의 자유를 야만적으로 짓밟는 최악의 테러라는 점에서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배치되는 일부 언론의 표현이 못마땅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와 언론인을 보복의 제물로 삼는 것은 천인공노할 범죄다. 프랑스 경찰은 달아난 범인들을 뒤쫓고 있다고 한다. 반드시 붙잡아 법과 정의의 심판대에 이들을 세워야 한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슬람 극단세력의 테러가 갈수록 담대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만 해도 대낮에 파리 중심부가 뚫렸고, 보복 공격을 예고한지 불과 1시간만에 전광석화처럼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나는 치밀함을 보였다. 지난 연말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백주에 카페에 진입해 인질극을 벌일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또 그 며칠 전에는 테러범들이 파키스탄 탈레반 정부군 부설 초등학교를 공격해 학생과 교사 148명을 무차별 학살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때와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테러가 자행되고 있으며 그 수법도 더 흉포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부터다. ‘샤를르 엡도’ 테러를 계기로 지구촌, 특히 유럽에서 일고 있는 반(反) 이슬람 정서가 더 확산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런 움직임은 이슬람의 증오와 반발을 가중시키고 이는 다시 테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지도자들이 이번 테러를 일제히 규탄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테러범 응징은 필수다. 그러나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는 일에도 모두 나서야 한다. 종교적 증오와 반목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인류 공동체의 번영과 평화는 요원하다. 테러 이틀 전 쾰른 대성당과 라인강 다리 등 독일의 명소들이 일제히 소등했다. 이날 드레스덴에서 열린 독일인들의 반 이슬람 집회에 대한 항의 표시다. 상대에 관용과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슬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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