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등 범사회적 자정 태풍을 예고하는 이른바 ‘김영란법’ 입법이 가시화됐다. 국회는 8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했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으로 이름을 바꿔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 처리하는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김영란법은 입법예고된 지 무려 2년 5개월만에 빛을 본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쟁점 타결 부분만이라도 우선 입법을 완료, 법안이 만들어진 것은 아쉽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의식구조를 송두리째 뒤바꿀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특히 공직자는 물론이고 사학 교원과 언론사 직원까지 확대해 1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형사 처벌토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공직 사회에 일대 매머드급 ‘클린 태풍’을 몰고 올 단초가 될 게 분명하다. 당장 여기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대상자만도 2000만명선에 달해 파급효과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등 사회지도층의 후진적 부정부패 종식은 대한민국이 투명과 공평, 신뢰의 미래로 나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체다.
다만 법 적용 대상이 포괄적인데다 자칫 정당한 민원까지도 위축시킬수 있다는 점은 보완돼야 한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충분히 취지를 알릴 필요도 있다. 김영란 전 위원장이 “우리의 청탁 문화를 바꾸는 법안인 만큼 널리 알려지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이 법안의 필요성을 확인함으로써 법이 더 순조롭게 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물타기와 과잉 입법논란이 여전한 만큼 보다 엄격한 법적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법 적용 경계선이 모호해 수사기관에 과도한 재량권이 주어져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 대가성 금품수수의 경우 미국은 1∼5년의 징역 또는 벌금형, 독일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는 등 현행 국내법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시간에 쫓기고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 쟁점 검토나 법제정시 사회적 파장과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은 상태로 법안을 통과시킨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결국 법제정 취지에 걸맞는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게 핵심이다. 공직자 이해충돌 부분도 서둘러 입법을 마쳐 청렴 대한민국의 기치를 세울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