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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제주관광 살아있나?
강우현 남이섬 고문


제주도는 누가 뭐래도 한국 대표 관광지다. 한라산 줄기마다 배어나오는 오만가지 설화들이 산줄기에서 바다 끝까지 펼쳐지는 이야기의 섬이다. 세계지질공원이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세계 7대 자연유산에까지 선정된 아름다운 화산섬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1200만명을 넘는다. 60만 제주 인구의 20배가 외지인이다.

테마파크는 150개가 넘고 검은 돌담들 사이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이 정겨움을 더해 준다. 어딜 가나 한 시간이면 닿을 정도로 도로사정도 좋다. 친환경 전기차를 타고 여유로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면적당 도로망은 전국 1위라 한다. 걷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제주 올레길은 육지에 수많은 짝퉁들이 생겨나게 했다. 제주 특유의 음식들도 한국의 어느 관광지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편이다. 한라산 줄기를 따라 유유자적하게 섬마을을 탐방하고 해변에서 싱싱한 저녁식사를 하는 여행의 기쁨에 젖을 수 있다. 투자이민 제도에 거부감이 없지는 않지만 외지인 투자도 다른 지방에 비해 활력적이다. 앞으로는 국제 자유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항공편 확충과 더불어 크루즈를 포함하는 새로운 콘텐츠들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하늘 산 바다 돌 바람...,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싫다는 외지인들, 그런데 ‘제주 사람’에 대한 예찬이 없는 게 이상하다.

1200만 명이 다 어디로 갔나?

제주도와 인연을 맺고 매주 드나든 지 일 년 쯤 된다. 당연히 제주관광에 관심이 높아졌다. 제주는 과연 한국의 대표 관광지인가? 1200만명이라면 일 년 내내 손님들로 섬나라가 북적거릴 텐데 공항뿐이다. 200만이 넘는다는 중국 손님들은 다들 어딜 갔지?

“중국인 관광객은 손님이라 할 수도 없어요. 자기네들끼리 입장료도 없는 곳만 돌다가 싸구려 음식점에 가서 대충 먹고 쇼핑해서 돌아가거든요.” 그럼 한국인 단체들은 어디로 갔지? “자기네들 프로그램이 있으니 정해진데서 숙식하며 놀다 바다구경하고 돌아가는 거죠.” 관광객이 많아도 그건 숫자일 뿐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제주 사람들은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웬만한 음식점에 가도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를 듣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손님과 반갑게 눈을 마주치는 종업원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마을 음식점에서는 원하는 음식을 먹기도 어렵다. “재료가 떨어졌어요.” “오늘은 그거 없어요.” 불편한 것도 관광의 추억이라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 제주도청 정문에는 이런 슬로건이 걸려 있다. “The World Comes to Jeju, and Jeju Goes to the World” 영어가 병기돼 있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상하다. 담당 공무원은 한숨부터 쉰다. “우리도 바꾸려고는 하는데 예산이 5억이나 들어간다니-” 거슬리는 글자는 5만원으로도 고칠 수 있다. 외지 투자자도 제주에는 귀한 손님이다. 하지만 제주에서 사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제주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쪽부터 검토하는 ‘괸당문화’가 뿌리 깊다는 뜻이다. 원희룡 지사는 새해를 맞아 제주의 자연과 사람과 문화의 가치에 창의성을 더해가는 관광제주를 만들겠다고 한다. 방향은 맞다. 하지만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자는 ‘친절제주’ 비전이 없는 게 아쉽다.

요즘 제주 관광지를 돌아보면 손님이 거의 없다. 겨울 비수기철이라 그렇단다. 지난 토요일 북한강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이 1만 5000명, 이들은 추위체험을 위해 몰려온 손님들이다. 비바람과 안개에 구름 낀 날을 빼면 제주의 맑은 날은 절반도 안 된다고? 제주의 바람과 안개와 구름체험을 살린다면, 맑은 날은 오히려 대박찬스가 아닐까?

끝으로, 디스카운트와 커미션은 제주 재방문에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7000원 입장료 가운데 1500원만 받거나 1만 3000원 중에서 1만원을 수수료로 떼인다면 사업장은 살아남기 어렵다. 대부분의 관광지는 생존을 위한 필요악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세상에 필요악은 없다. 중국에서 2만원에 식사예약금을 내고 현지에 와서 5000원짜리 음식을 먹고 돌아간 사람이 다시 찾아올까? 입장료에 세금을 원천징수해서라도 막아야 할 일이다. 관광제주를 세계화시키겠다면, 손님 입장에서 관광정책을 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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