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해가 시작됐지만, 열흘 갓 지난 2015년 벽두의 세상은 양처럼 순하게 돌아가진 않는다. 늘 그렇듯 양띠해를 무색케 하는 악재의 진원지는 정치권이다. 경제쪽도 서민들의 체감은 올 겨울 날씨처럼 냉기가 여전하다. 그나마 양띠해처럼 평화롭게(?) 움직이는 건 주가인 듯 싶다. 연초 헤매던 코스피는 지난주 사흘간 2%나 급등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깜짝’이란 표현에 걸맞는 숫자를 내놓았다. 그리고 연초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화두인 국제유가 급락도 주가 상승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은 주가 뿐 아니라 올해 한국경제를 그나마 지탱케 해줄 호재다. 국제유가가 얼마나 떨어졌는 데, 주유소 기름값은 고작 이정도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잖다. 하지만 휘발유를 리터당 1200원대에 파는 주유소가 등장했다. 서울에서도 1300원대의 주유소를 볼 수 있게 됐다. 세금이 절반이란 점을 감안하고, 2000원대가 엊그제 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휘발유값 하락은 ‘자유 낙하’수준이다.
유가하락은 실질소득을 올리는 효과가 있고, 한국처럼 원유수입국에는 원유수입 비용이 줄여준다. 자연스레 기업의 생산비를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게 교과서같은 분석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원유수출국의 펀더멜털이 훼손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위기가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하락에 다소 신중한 모습이었던 정부는 유가하락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져 원가에서유가 비중이 높은 석유ㆍ 화학제품 원가가 인하됐다”며 “인하분이 가격에 적절히 반영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분야에세도 유가 인하분이 제품가에 반영돼 소비자의 구매력, 실질 소득 증가로 이어져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 선순환 구조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실제로 유가하락으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0%대로 떨어지고,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적잖다. 실제로 증권사등은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대로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아직 다수는 아니지만,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내수부진속에 0%대 물가상승률이 좋을 건 없다.
SK증권 최근 리포트를 통해 ‘좋은 유가 하락’과 ‘나쁜 유가 하락’을 구분한 점은 흥미롭다. 리포트의 결론은 이렇다. 올해 경기는 디플레 우려, 한 박자 쉬고 경기 회복의 형태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좋은 유가 하락은 나쁜 유가하락 뒤에 온다는 것이다.
세상사, 좋은 것만 있고 나쁜 것만 있는 건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적절한 합금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나쁜 것 뒤에 좋은 게 온다면 환영할 일이다. 경제도 주가도 양띠 해 처럼 평화롭게 순리대로 움직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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