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협력 및신뢰관계를 구축해야만, 양국의 공동발전과 동북아 평화가 보장되리란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이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시대적 열망이자, 과제이다.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매번 제자리 걸음이다.
이번에도 역사왜곡이 문제다. 얼마전 일본의 일방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기관인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은 일본인들이 과거 독도에서 어업 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형식의 17분짜리 동영상을 구랍 24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메치(일본산 강치)가 있던 섬’이라는 제목의 그림책 저자인 전직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책 내용을 설명하는 형식을 빌은 이 동영상은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위한 교육영상이었다.
앞서 일본 아베 내각은 2014년도 초등학교 5∼6학년용 모든 사회교과서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령하고 있다는 일방적 주장을 담은 바 있다. 또 일본 외무성은 지난 2013년 일방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한국어를 포함해 10여개 언어 버전으로 제작해 유포했다. 뿐만 아니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은 일본의 민간 출판사 스우켄(數硏)이 자사의 고등학교 사회교과서 3종의 기술내용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노동자 강제징용’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겠다고 정정신청을 내자, 이를 승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사안은 민간 출판사가 정부의 승인을 얻어 교과서 기술을 변경한 것이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와 ‘자학사관 탈피’ 의지가 관철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1월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개정하면서 근현대사를 둘러싼 통설적인 견해가 없는 경우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와 확정된 판례’를 명기토록 했고, 군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번 기술 변경도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출판사가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에 끼워 맞춰 기술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문제는 스우켄 출판사를 신호탄으로, 기술변경을 시도할 출판사들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야마카와(山川)출판사는 이미 지난해 9월 군위안부 관련 기술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3~4월께로 예정된 일본 중학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도 어떻게 나올지 심상치 않다. 일본 중학교 교과서의 군위안부 관련 내용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갔다가 2000년대들어 대부분 삭제됐다. 이번 교과서 검정에선 비단 군위안부 문제가 아니더라도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을 흐리는 식으로 과거사 기술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잘못된 역사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왜곡된 역사를 배운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비극이고, 재앙이다.
한일관계 개선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아베 정권은 역사왜곡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한일 미래세대의 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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