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間隙)을 확인하는 건 슬프다. 접점을 위해 촉구ㆍ조언 같은 온갖 방법을 쓴 뒤라면 더 말할 필요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얘기다.
‘심복(心腹)을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는 단호했다. 그래서 ‘사람은 변하긴 힘들다’는 자조만 남았다. 국민과의 인식의 틈을 메우기보단 격차(隔差)만 벌렸다.
일류 기업이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활용하는 ‘초격차 유지’라는 말은 국가 리더에겐 어울리지 않는데도 본인만의 페이스로 회견 90분을 내달렸다.
‘혼자 웃음 7회(옅은 미소 1회 포함)ㆍ일동 웃음 2회’. 회견 내내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그나마 많이 웃은 건 박 대통령이다.
비정규직 해법ㆍ소통점수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회견 중반 이후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유머를 곁들이려 했다. 여야 지도자들과의 소통 기회를 늘릴 계획을 언급하면서 “제가 여러차례 딱지를 맞았다…”고 한 대목이다. 이 지점에서도 혼자 웃었다. ‘딱지’라는 친근한 용어를 썼음에도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친박 (꼬리표) 이걸 언제 떼어내 버려야 될지 모르겠는데”라는 발언 즈음에서도 두차례 연속 혼자 웃음을 날렸다.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허공을 향한 손짓의 폭은 넓어지고 횟수는 늘어났다.
‘일동 웃음 2회’의 장면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관들과의 대면보고에 관한 문답에서 돌발했다. 박 대통령이 연단 뒤에 앉은 장관들을 쳐다봤다. “대면보고 늘려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웃으며 묻자 장관들도 따라 웃었다.
곧이어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해서 의논했으면 좋겠다 하면 제가 언제든 만나서 얘기를 듣고 그래요. 청와대 출입하시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요”라고 웃으며 말했고, 장관들은 또 어설프게 웃음에 동조했다. ‘박근혜식 유머’로 추정되는 이를 통해 내각은 릴레이식 웃음 전파를 한 것이다. 청와대 돌아가는 사정을 알기 힘든 구조 속에 놓은 기자들도 엉겁결에 웃었지만 철 지난 말로, ‘썩소(썩은 미소)’에 가깝다.
상당수 언론은 지난해 박 대통령이 유머 구사를 부쩍 늘렸다며 반색한 적이 있다. 국정과제의 차질없는 추진을 강조하면서 그가 ‘진돗개’ ‘탱탱불은 국수’ ‘불도그 정신’ 등을 거론한 걸 유머로 포장한 것이다. 기자도 이 포장술을 사용한 부류였다. 독자들은 차가웠다. ‘그게 유머인가요’, ‘어느 대목에서 웃으란 거죠’라고 했다.
이번 회견도 엄격하게 봐서 전혀 웃기지 않은 말들인데 장관들은 호응했다. 최고권력자의 호응 유도에 반응하는 장관들의 모습은 차라리 시쳇말로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어색하게 ‘혼자 웃는’ 횟수가 많아질지 모른다. 각종 개혁의 성과를 내려면 격한 언어로 내각과 청와대를 독려할 수밖에 없어서다. ‘함께 웃을 수 있는’ 고차원의 유머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어차피 ‘마이웨이’를 택했다면 등 돌린 절반 이상의 국민에게 촌철살인의 ‘어록’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나. 억지 웃음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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