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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슈바이처 탄생 140주년
“식인종이 나를 잡으면 그들이 이렇게 말해주길 바랍니다. ‘우리는 슈바이처 박사를 먹었어. 그는 끝까지 맛이 좋았어. 그리고 끝도 나쁘지 않았어. 괜찮았어’라고.”

수영장은 물만밥, 기차는 김밥, 엘리베이터는 자판기 등 식인종 소재의 우스갯 소리는 우리에겐 7080유머의 한 자락인데,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박사는 90세 되던 1965년 생을 마감하기 직전 자기 묘비명의 문구를 손수 만들면서 식인종 유머를 쓴다.

아프리카 의료봉사에 평생을 바친 ‘밀림의 성자(聖子)’ 치곤 이색 묘비명이다. 죽음의 순간까지 익살스런 여유를 잃지 않은 ‘봉사의 신(神)’ 슈바이처의 모습은 문득, “인간에 대한 봉사 보다 더 숭고한 종교는 없으며,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고결한 교의”라는 말을 남기고 실천한 말년 아인슈타인의 혀 내민 사진과 오버랩된다.


14일은 슈바이처의 140회 생일이다. 의사이자 기독교 목사, 음악가, 사상가인 그는 봉사활동 자금이 고갈되면, 연주회와 출판으로 돈을 모아 다시 아프리카로 향하는 과정을 거듭했고, 기차 3등칸을 타고 가서 받은 노벨상 상금은 나환자 퇴치에 썼다.

2015년 대한민국엔 아직도 식염수 대신 증류수를 투여하고, 수술 자재를 넣은 채 봉합하는가 하면, 명백한 의료사고 조차 발뺌하는 의료인들의 얘기가 회자된다. 탐욕을 부리며, 사슴 더러 말이라고 우기는 사회지도층도 있다. 이들도 청년기엔 아름다운 꿈을 키웠을텐데 말이다.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는 파우스트 구절은 슈바이처를 아프리카로 이끌었다. “잘 하겠다” 말의 성찬 보다는 실천이 있어야 청년의 꿈이 어른 되어 변절하지 않음을 슈바이처는 보여준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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