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최근 나온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1심 결과에 해석이 엇갈린다. 재계를 포함한 사측은 분명한 원칙이 확인됐다며 환영을, 노동계는 현장의 현실을 무시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데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편들기 어렵다.
노사는 적대 관계가 아니다. 양쪽 모두 ‘우리’가 될 수 있다.
‘우리 회사’라는 입장에 서면 사측이 이해가 간다. 계약관계인 노사가 계약조건인 단체협약에 따라 임금기준을 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통상임금 범위에 따라 엄청난 경영부담을 질 수도 있다.
반면 일반 근로자인 ‘우리 아빠’ 입장도 공감이 간다. 오랜 시간 ‘보너스 달’이 보편적이던 산업현장이다. 그런데 ‘보너스’의 개념은 모호했다. 통상임금이 범위가 노후부담을 좌우할 수도 있다.
이대로면 한쪽이 플러스(+)이면, 다른 쪽은 마이너스(-)가 되는 제로섬(zero sum) 구조다. 최종심까지 가면 어떻게든 시비가 가려지겠지만, 법원판결이 노사 갈등의 근본적, 최종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노사간 현안은 통상임금 문제 외에도 근로시간,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등 여러 분야에 광범위하다. 한쪽에서 뒤틀리면 다른 쪽도 꼬일 수 밖에 없다.
중국 전국시대 인물로 오자병법(吳子兵法)을 쓴 오기(吳起)가 있다. 군을 통솔해 전투에 승리하는 데 있어 춘추전국을 통틀어 단연 최고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장수이면서도 일반 병졸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고, 이 때문에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 승리를 안겨줬다.
그런데 정치인으로서 오기는 최악으로 꼽힌다. 노(魯), 위(魏), 초(楚) 등 세 나라에서 고관에 올랐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특히 초나라에서는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뤘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승패를 분명히 가리는 성격 탓에 반대 세력을 껴안는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해서다.
오기가 부하들을 고름을 빨아줄 정도로 아꼈다는 연저지인(吮疽之仁) 고사가 목적달성을 위한 가면적 사랑으로도 해석되는 이유도 결국 정치적 실패 탓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로섬 게임인 전투에는 명수였던 장군들 가운데, 논(non) 제로섬 게임인 정치에서 성공하거나, 평화로운 임종을 맞이한 사례는 거의 없다.
노사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공통이익이 존재하므로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승패로 나뉘는 제로섬 게임인 법원 판결로 규제되는 것은 피하는 게 최선이다. 지금 당장은 통상임금이라는 눈 앞의 빵을 두고 노사간 의견이 갈리지만, 양보와 타협, 화해와 협력에 따라 미래에 통상임금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양쪽 모두를 격려하고 이해하는 게 상생의 화식(貨殖)이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