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로 불리던 연말정산이 ‘13월의 울화통’이 되고 있다. 우선 서류작성 부터 진이 빠진다.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빈칸을 채워넣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신용카드 공제자료 입력란은 마치 난수표 처럼 경우의 수에 따라 아홉 가지로 나눠서 계산하도록 돼 있다. 체크카드ㆍ현금영수증 등 결제수단 별은 물론 전통시장ㆍ대중교통 등 어디에 썼느냐에 따라서도 공제율이 달라진다. 울화를 삭이고 서류작성을 마쳐도 보람이 없다. 환급액은 쥐꼬리고 오히려 토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달달이 많이 걷고 연초에 많이 돌려주는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바꾼 데다 세액공제 방식이 다자녀(6세 이하)를 둔 근로소득자의 혜택이 크게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는 등 저출산 대책과는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에 대해 ‘13월의 세금 폭탄’이라는 납세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추가로 내야 하는 세금의 분납(分納)을 허용키로 했다. 또 간이세액표를 조정, 매달 월급에서 미리 원천징수하는 금액을 늘려서 연말정산에서 한꺼번에 세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래서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에 닿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격이다.이 보다는 자녀 양육비 공제와 출산 공제 등 저출산 대책으로 의미가 있는데도 폐지된 일부 공제를 되돌리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2013년 세법 개정에서 6세 이하 양육비 공제(1인당 100만원), 출산 공제(200만원) 등의 소득공제를 폐지하고 자녀 공제를 2명까지는 1인당 15만원씩, 3명째부터는 20만원씩 20세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으로 변경했는 데 이는 다자녀 가구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연금저축 공제 축소도 고령화 추세에 역행하는 만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세법개정안 발표 때 당초 총급여가 3450만원 이상인 근로자의 세 부담이 오르는 것으로 설계했다가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을 받고 5일 뒤 수정안을 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7000만원 이하는 평균 2만~3만원 세 부담이 느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해 연말정산에서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도 세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또다시 땜질처방에 급급한 대책으로 부산을 떨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다가 여론에 휘둘려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세정(稅政)이 이리 가벼워서야 어찌 신뢰를 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