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최민호 판사의 구속은 가히 충격적이다. 현직 법관이 긴급체포되어 영장실질심사 조차 포기한채 구속되는 경악스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직 판사가 음주 운전이나 폭행 사건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종종 있지만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지난 2006년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한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처벌된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현직 판사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체포됐다가 구속되는 오점을 남겼다.
최 판사 비리 사건은 법조 브로커 뇌물수수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범법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않는다. 최 판사는 2008년 검사 시절 마약혐의로 수사를 받던 최모 씨(일명 명동사채왕,수감 중)를 알게 됐고 이듬해 판사로 전직하면서 뒷돈 거래가 시작됐다. 수사와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가로 2억68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심지어 사채업자인 최씨의 부탁을 받고 대학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검사에게 마약사건 무마를 시도한 것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뇌물수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제3자를 끌어들여 전세 자금을 빌리고 갚은 것 처럼 교묘한 수법까지 동원했다니 그 치졸한 방식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더욱 공분을 사는 것은 대법원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최 판사가 긴급체포된 뒤 “3회에 걸쳐 최 판사를 조사했으나 본인이 비위 혐의를 부인했고 강제수사권이 없는 한계로 인해 수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4월 의혹이 제기된 뒤 아홉달 동안 이를 방치한 이유라는 것이다. 법관은 일반 공직자와 달리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져야함을 망각한 처사다. 청렴 의무는 바로 사법부의 존립근거인 재판의 공정성과 직접 연결 된다. 법관의 금품 수수 비리는 개인 일탈(逸脫)이 아니라 재판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렇치않아도 국민은 검찰과 법원 등 사법부의 편향적 수사와 재판에 강한 의혹을 보내는 판이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진영논리’ 판결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이 밑바닥 정서에 깊게 깔려 있다. 사법이 청렴과 공정으로 무장될때 나라가 제대로 선다. 이번일에 대해 사법 수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철저한 자기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구속된 최 판사를 더 엄중하게 수사하고 일반 공직자와 달리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ㆍ탄핵 하는 등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