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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문호진]박근혜 ‘대통령 3년차 징크스’ 엑스(X)하려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다보면 어느 순간 체력적ㆍ기술적ㆍ심리적 한계에 부딪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들이 딱 그랬다. 1995년 다저스에 입단해 일본인으로서 MLB를 개척했던, 노모 히데오를 비롯해 보스턴의 마쓰자카 다이스케, 텍사스의 다루빗슈 유 등이 세 번째 시즌에 성적이 뚝 떨어졌다. 다저스의 박찬호도 선발 3년째인 1999년 평균자책점(5.23)이 전년도(3.71)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3년차 징크스’는 한 시대를 이끈 지도자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였던 2010년 승부수였던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되면서 사실상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됐다. 故 노무현은 2005년 ‘0대23’으로 상징되는 4·30 재보선의 충격적인 참패와 여당내 심각한 계파갈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故 김대중은 2000년 잇따라 터진 정현준·진승현 케이트에 발목이 잡혔다. 김영삼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등 ‘사고공화국’ 오명을 뒤집어썼고 차남인 김현철의 국정개입으로 민삼을 잃었다.

아시아계 메이저리거들이 세 번째 시즌에 고비를 맞았다고 하니 올해 3년차인 류현진(다저스)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그는 지난 10일 출국하면서 자신의 장기인 ‘서클 체인지업’을 다시 가동, 3년차 징크스를 날려버리겠다고했다. 왼손 투수인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던지면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빠지며 가라앉는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은 구종이다. 지난해 무뎌진 체인지업을 예리하게 벼리어 10승대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역대 대통령들이 3년차의 덫에 걸려 내리막길을 걷자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시선이 모아진다. 박근혜의 3년차는 녹록지 않다. 선임자들을 수렁에 빠뜨렸던 계파 갈등과 삐걱대는 당ㆍ청 관계, 국민적 신망을 잃어버린 청와대 비서진, 연초부터 불거진 중산층의 증세(소득세) 저항 등 암울한 요소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리스크는 박근혜 자신이다. 신년 기자회견 직후 지지율이 취임후 최저치(34.3%ㆍ22일 리얼미터)를 기록한 것이 잘 말해준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TK(대구ㆍ경북) 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국민적 인식과는 동떨어진 마이웨이식 태도에 누적된 국민적 피로감이 폭발한 결과다.  

류현진은 3년차 징크스를 떨칠 무기로 자신의 오늘을 있게한 체인지업을 꺼내들었다. 박근혜도 자신을 권력의 정점으로 올려준 게 무엇인지 돌아보고 답을 찾아야 한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4년 ‘차떼기당’ 사태와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난파선과 다름 없었던 당을 구한 것은 천막당사였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클린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진정성이 민심에 닿았다.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국민적 요구인 경제민주화를 껴안은 덕분이다. 시대정신과의 소통에 성공한 것이다. ‘레드 컴플렉스’ 시비에도 빨강색을 당의 상징색으로 채택한 이도 당시 박 비대위원장이었다. 이처럼 세상과 소통을 잘하던 정치인이 권좌에 앉은 후 불통과 독선의 아이콘이 된 것은 나라에도 불행한 일이다. 류현진은 요즘 어깨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한다. 체인지업은 가볍게 던져야 속도차를 만들어 타자를 잡을 수 있어서다. 박근혜도 국정의 모든 것을 다 챙기겠다며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야 한다. 천막당사 시절 처럼, 대선후보 때 처럼 유연해져야 한다. 3년차 징크스를 돌려세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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