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1ㆍ23 정부 및 청와대 개편에서 이완구 원내총무의 국무총리 기용만큼 눈길을 끈 건 대통령 특별보좌관제(특보) 신설이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보단의 필요성을 피력하긴 했지만 이처럼 빠르게 실행에 옮기리라고는 예측치 못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인 30%까지 곤두박질치자 국면전환을 위한 반전카드를 조기에 가동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특보단은 민정(이명재)·안보(임종인)·홍보(신성호)·사회문화(김성우) 등이 고루 포진돼 있으며 조만간 복수의 정무 특보도 발표된다. 각계각층과 두루 소통하는 채널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특보단의 면면을 보면 분명 전문성을 갖췄다. 괜히 가까운 사람을 중용했다가 ‘친박 챙기기’, ‘회전문 인사’ 얘기가 나올 것을 염려한 대통령의 고민도 엿보인다. 하지만 특보의 제1덕목인 대통령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과연 이들이 할 수 있을 지는 극히 의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특보 였던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은 나름 MB 최측근 이었는데도 특보가 되고 나선 청와대 가는 게 눈치 보여 일부러 보고하러 가는 걸 다른 수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물며 다른 특보들은 어땠겠는가. 대통령과 의례적 회의는 했겠지만 아마 제대로 독대 한번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지금처럼 보고서에 의존하고 장관과의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방식 이라면 특보들은 다람쥐 쳇바퀴돌듯 헛수고에 그치고 말 것이다.
기존 청와대 조직을 그대로 옮겨 놓은 점도 문제다. 안보특보는 사이버 전문가인데, 북한의 사이버 위협 문제는 이미 국가안보실·국방부·국정원이 다루고 있다. 전직 검찰총장인 민정특보는 역시 검찰 고위직 출신인 민정수석과 구분이 모호하다. 홍보특보와 홍보수석, 사회문화특보와 교육문화수석 사이의 업무 구분도 난제다. 자칫 업무 분장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갈등의 여지가 있다. 민정특보는 민정수석 보다 사시 기수로 18회, 검찰총장 보다는 5회 선배다. 옥상옥 논란에다 잘못하면 사정기관을 장악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노무현ㆍ이명박 정부 때는 민정특보가 없었다.
결국 특보 제도 자체가 효과를 내는 게 아니다. 모든 건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경직된 시스템 이라면 특보가 수십 명 들어와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 특보단 신설 같은 ‘소통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대통령 스타일과 같은 ‘소통의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길이 열린다는 지적에 귀를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