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이 판매되고 2주 정도 지나면 이 책이 잘 팔릴 책인지 아닌지 여부를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온라인 서점의 한 상품기획자가 이런 말을 했다. 2주 동안 신간이 움직이는 궤적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책을 내는 저자와 출판사는 누구든 베스트셀러를 꿈꾼다. 꼭 대박이 아니더라도 잘 팔리기를,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길 원한다. 베스트셀러는 예기치 않은 우연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만들어진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수년 전 출판계 매출 1위를 달린 단행본 출판사 대표는 기자에게 신간 매출 월별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출간 후 2~3개월 후 판매가 꺽일 때쯤 다시 상승곡선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빅데이터 아카데미의 한 팀이 개발한 ‘신간 서적의 판매량 예측 모형’을 보면, 적합성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흥미롭다. 이 연구팀이 개발한 모형을 보면, 문학작품의 경우 새로운 책을 출간한 작가의 기존 서적이 신간 서적 출판 3주 전에 6개 온라인서점에서 한 번이라도 베스트셀러에 등록됐으면, 신간 서적 출판 후 14일 간 판매량은 215.7권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숫자야 어찌됐든 누적 판매량이 많고 베스트셀러에 등록된 작가라면 신간도 화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당연한 소리처럼 들린다. 연구팀은 출판되기 2~3주 전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등록된 기간에 주목하고 있다. 1주 전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 작가가 신작을 잇달아 낼 경우는 적지만 외국 작가의 경우에는 활용의 여지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이번 모형 개발은 문학작품에 한정하고 예측가능한 결과이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지는 쪽으로 한발 더 기울 듯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