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전말은 팍팍하고 매몰 찬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억울함에 대응하는 네티즌들의 시민의식 뿐 아니라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는 피의자의 고백, 그리고 피해자 아버지의 용서 등이 드러났다. 극단적 개인주의와 배금주의에 병들지 않은 훈훈한 이웃들이 있어 아직은 살만하다는 증거다.
이 사건은 지난 10일 새벽 청주시 흥덕구 무심천변 도로에서 발생했다. 화물차 기사인 강모씨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강씨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서 집으로 향하던 길이어서 ‘크림빵 아빠’ 뺑소니사건으로 불렸다. 얼핏 보기에는 다른 뺑소니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사정은 확 달라졌고, 결국 직접 용의 차량 추적에 나서 피의자 자수를 이끌어 냈다. 시대적 아픔에 대한 서민들의 공감이 컸기 때문이다. 비극의 주인공인 강씨는 지방 사범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아내와 함께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내가 임신하자 화물차 기사로 일하게 된 것 자체가 서민계층의 애환이자 굴절된 현실이다. 극심한 취업난, 사범대를 수석으로 나와도 교사가 될 수 없는 현실, 크림빵을 사들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가난 등이 네티즌의 마음을 자극한 것이다.
게다가 권력에는 한없이 굴복하면서도 서민의 애꿎은 억울함에는 남보듯 하는 경찰의 불신은 네티즌들을 더욱 뭉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자칫 미궁에 빠질뻔 했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은 네티즌의 끈질긴 추적과 시민 제보 및 고발이 속속 이어지면서 범인 차량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단초가 돼 경찰의 가해 차량 추적이 가능해졌고 마침내 29일 밤 용의자가 자수를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허모씨 역시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아내의 권유로 자수한 그는 유치장으로 향하면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자책감을 느꼈고 죄짓고 못 산다”라고 말했다. 흉폭한 강력 범죄자와 불법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얼굴을 하는 지도층 인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피해 당사자 강씨의 아버지 역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아들을 사망케 한 허씨에 대해 “가족이 너무나 고마워했다”며 용서의 손을 먼저 내 민 것이다. “그도 한 가정의 가장일텐데…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강씨 아버지의 위로는 작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