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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포퓰리즘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아르헨티나의 연인’ 에바 페론의 묘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북동부 레콜레타 공동묘지에 자리 잡고 있다. 눈에 띄는 묘소는 아니지만, 굳이 힘겹게 찾지 않아도 된다. 관광객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사망한 지 6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묘소를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꽃도 시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남편 후안 페론처럼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인물도 드믈다.

‘에비타’로 불리는 에바 페론은 1919년 빈민의 딸로 태어나 3류 극단을 전전하다 일약 퍼스트레이디가 된 인물이다. 당시 노동부 장관을 지내던 24살 연상의 후안 페론을 만나 결혼, 그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46년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펼쳐 폭발적 인기를 끌었지만, 척수 백혈병으로 1952년 황금같은 33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대통령이 된 후안 페론은 주요 산업 국유화와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 등 사회주의적 정책과, 인기 유지를 위한 노동자 복지 확대정책을 펼쳤다. 세계사에 남은 인기영합주의, 즉 포퓰리즘의 원조였다. 하지만 재정이 취약해졌고, 반대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그는 탄압을 강화하며 독재의 길로 나섰지만 혼란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1955년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의 포퓰리즘은 깊은 상처를 남겨, 아르헨티나를 세계 5대 부국에서 제3세계의 변방국가로 추락시키는 요인의 하나가 됐다.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개편안 폐기를 둘러싸고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의 인기를 위한 포퓰리즘은 지지도를 잠깐 끌어올릴지 모르지만, 그 해악은 상상 이상이라는 사실을 페론은 잘 보여준다.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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