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우리의 도시는 과연 플랫폼일까?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도시는 시민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터전이기 때문에 플랫폼경제에서 도시를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플랫폼으로 도시를 봐야 한다는 시각의 변화는 기존 ‘산업시대’에 최적화된 도시와 앞으로 우리가 개척해야 하는 미래가 요구하는 도시의 요구조건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산업시대에는 대량생산과 유통, 그리고 사람들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물류와 사람들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면서 여러가지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시의 기능이 집중됐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인프라가 구성됐고, 자동차 도로와 대중교통망, 전기, 상하수도 공급과 쓰레기 처리 등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 때도 사실 도시는 ‘플랫폼’으로 일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공공자원을 통해 산업사회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줬으니까.
그러나 ‘플랫폼으로서 도시’라는 개념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야기한다. 21세기 도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들은 산적해 있다. 도시의 재정은 나빠지는데, 인프라는 노후화되고, 실업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과감한 혁신을 하기도 쉽지 않다. 도시는 스타트업과 달리 실패에 대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기에 스타트업처럼 ‘빨리 실패하고, 많이 실패하더라도 실패에서 배워서 성공의 기반을 닦는’ 그런 접근방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도시의 행정이 그토록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는 미래를 위한 파괴적 혁신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정답은 시민들에게 있다. 결국 창조적 파괴를 시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고, 이를 위해서는 외부에서 혁신을 쉽게할 수 있도록 혁신의 비용을 낮추는 도시의 플랫폼화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게 빅데이터다. 최근 OpenSensors.io라는 재미있는 데이터플랫폼 사례는 플랫폼으로서의 도시전략을 세우는데 좋은 영감을 주고 있다. 이 서비스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사물인터넷 센서의 데이터를 배포할 수 있는 종류의 서비스다. 이 플랫폼은 이미 다양한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자신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공유한다거나, 옥스포드 홍수 네트워크(Oxford Flood Network)는 지역하천들의 수위를 측정하고 이를 공유하며, 영국의 12개 도시와 협업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차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데이터는 실질적인 혁신을 이끌어가는데 있어 매우 좋은 길잡이이자 힌트를 제공한다. 여기에 많은 시민들의 실제 생활을 적절하게 접목한 융합형 비즈니스와 플랫폼이 등장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아마도 새로운 형태의 상거래와 커뮤니티서비스, 버려지는 것을 가치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 협업과 관계화, 빠른 대응 등을 통해 도시는 경제적,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도시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경제, 새 패러다임의 도래’ 시리즈 게재 순서>
1.왜 플랫폼경제인가?(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2.창조경제 패러독스와 플랫폼(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3.플랫폼, 기업생태계 경쟁의 시작(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4.플랫폼의 종류와 유통플랫폼(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5.플랫폼창업이 성공하려면?(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6.플랫폼 비즈니스모델, 가치사슬의 변형과 새로운 패러다임(김준익 英 맨체스터대 경영대학원 혁신연구소 박사연구원)
7.플랫폼사업자의 경쟁력, ‘교차보조’에서 나온다(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
8.애플의 경쟁력은 디자인이 아닌 서비스플랫폼(황병선 PAG&파트너스 대표)
☞9.플랫폼으로서의 도시와 빅데이터(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10.규제ㆍ폐쇄에 갇힌 한국의 플랫폼경제(이민화 카이스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