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은 ‘새로운 세계상황(The New Global Context)’을 핵심주제로 10가지 글로벌 의제를 논의했다. 이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 세계적 경제전쟁과 국가 및 지역간 패권경쟁 확산으로 국제질서 불안이 심화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해야 할 국제 시스템은 무기력하다. 소득불평등 문제 등 사회경제적 위험 요소도 큰 문제다. 가까운 장래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세계공동체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 세계가 새로운 리더십에 목말라하는 이유다.
어려운 일이 많을수록 리더십에 대한 관심은 커진다. 리더십은 세계적 차원뿐 아니라 국가와 경제주체 등 모든 조직에서 중요하다. 기업도 목표와 성과를 이루려면 구성원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리더십이 필수다. 리더십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우선 ‘군림형’과 ‘섬김’형이 있다. 군림형의 대표 성공사례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섬김형의 대표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꼽힌다. 다른 분류 방법도 있다. 발견자형, 선도자형, 창조자형, 실행자형이 그것이다.
발견자형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이전 기록을 연구하여 단계적으로 목표에 접근하는 유형이다. 선도자형은 목표의 우선순위를 본능적으로 알고 목적지로 가는 여정을 잘 기획하고 조직원을 이끄는 유형으로 존 F. 케네디가 대표적이다. 창조자형은 다양한 대안을 찾고, 각 대안의 상대적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여 최적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상황에 맞는 인재를 찾고 활용하는데 능한 유형이다. 아이젠하워가 이에 속한다. 실행자형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성과를 내며, 직관과 결단력이 뛰어나고 목표달성 가능 여부를 알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리더십 유형에 불문하고 강조해야 할 점이 있다. 어떤 리더십이든 조직 구성원이 공감하지 않으면 ‘죽은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지난 시기 각광받던 카리스마 리더십이 최근에는 통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절대빈곤 시대에는 경제성장에 배치되면 모두 철없는 소리로 치부되었다. 명령에 따르는 일사 분란함이 미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빈곤 시대가 아니다. 삶의 질과 자율이 강조되고, 나눔과 배려, 소통과 공감이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였다. 시대정신 변화에 따라 유효한 리더십의 성격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해 9월 방한한 교황의 리더십이 화제에 올랐다. 교황 리더십의 핵심은 공감과 포용이다. 공감의 일반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견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공감의 전제다. 구성원과 공감하는 리더가 되려면 이들을 관리 대상이 아닌 자신과 같은 독립적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주체의 감정과 견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상대의 감정과 견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조언, 충고, 동정, 경감,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리더 관점에서 행해지는 행동은 공감의 전제인 대등한 존재가 아닌 ‘윗’사람으로서의 관계를 강조하여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공감 리더가 되려면 구성원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 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감정 표현에서 불안감이나 방해가 일어나지 않는 편안한 공간, 이 두 가지가 공감의 기본 환경이다. 다른 일로 구성원 면담을 쉽게 연기하거나 서둘러 만남을 끝내지는 않는지, 장소도 구성원 편의에 무관하게 회의실이나 권위적인 자신의 방을 고집하지 않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공감 리더는 기대나 희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직(position)이 주는 권위를 내려놓고, 구성원과 같은 낮은 자세를 취하고, 대응한 존재로 인정하며, 그들의 감정을 이해의 눈과 귀로 충분히 보고 듣는 의지와 실천이 따라야 한다. 공감 리더십의 핵심은 겸손과 열린 마음이다. 공감은 자기성찰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난제에 쌓여 있는 현재를 극복하고 희망의 공동체를 향한 대안 모색과 실천을 견인할 수 있는 공감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